"새 전자 호구요? 신기해요. 몸통은 '꽝' 소리가 날 만큼 강하게 때려도 센서가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얼굴은 살짝만 스쳐도 점수가 올라가거든요."
13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개선관. 리우올림픽 태권도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국가대표 차동민(30)은 "헤드기어 센서가 민감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점수로 연결될 확률이 높은 얼굴 공격을 자주 시도할 것"이라며 "3~4점짜리 얼굴 공격에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하는 차동민은 일반 호구를 사용한 2008 베이징올림픽 때는 금메달을 땄고, 전자 호구 시스템이 처음 적용된 2012 런던올림픽에선 8강에서 탈락했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몸통 공격만 전자 호구 시스템으로 채점했던 런던올림픽과 달리 헤드기어에도 전자 시스템을 적용해 얼굴 공격의 성공 여부도 기계가 판정한다. '국기(國技)' 태권도의 가장 큰 변화다. 2013·15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인 김태훈은 "얼굴 공격의 배점이 높은 만큼 점수를 쉽게 따고, 쉽게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올림픽 태권도는 주먹이나 발로 몸통을 때리면 1점, 발로 얼굴을 가격하면 3점이다. 런던올림픽에선 회전 공격으로 몸통을 치면 2점이었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3점으로 배점이 올라갔다. 회전 공격으로 얼굴을 때리면 4점이다. 얼굴 공격 '한 방'이면 전세를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다.
공격이 제대로 들어갔는지는 전자 호구 시스템이 판단한다. 몸통 보호대나 헤드기어의 전자 장치에 전자감응양말(sensing socks)에 부착된 센서가 닿을 때 체급별로 미리 입력해 놓은 일정 조건 이상의 강도가 측정되면 전광판에 점수가 뜨는 방식이다.
추가 점수를 주는 회전 공격의 경우엔 부심 3명 중 2명이 회전을 인정해야 점수가 부여된다.
태권도 대표팀은 한 달 전부터 파워와 스피드를 함께 끌어올리는 훈련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의 김언호 박사는 "한국 선수들은 자신보다 다리가 훨씬 긴 선수들을 상대할 때는 스치기만 해도 점수가 나오는 얼굴 공격을 재빨리 피하면서 강하고 빠르게 반격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매일 30분씩 '플라이오메트릭(다양한 점프 동작으로 하체 근육을 발달시키는 트레이닝)' 훈련을 하고 1시간가량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근력과 스피드를 동시에 향상시키고 있다고 한다.
'옥타곤'이라 불리는 8각(角) 경기장의 도입은 선수들을 더 뛰게 할 전망이다.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대훈은 "4각 경기장은 한쪽 구석에서 적은 움직임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면, 8각에선 숨을 곳 없이 쉴 새 없이 움직이게 돼 체력 소모가 더 크다"고 했다. 그는 "올해 초 8주간 발차기 한 번 하지 않고 체력 강화에만 매달린 결과 체력엔 자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이 리우올림픽에서 '10―10(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내 종합 순위 10위 이내 달성)'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태권도가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런던올림픽까지는 한 국가에서 남녀 2체급씩, 4체급까지만 출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리우 대회부터 WTF(세계태권도연맹)가 올림픽 랭킹에 따라 각국에 출전권을 부여하면서 한국 태권도는 사상 최다인 5명이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한국은 다음 달 18일 김소희(여자 49㎏)와 김태훈(남자 58㎏), 19일 이대훈(남자 68㎏), 20일 오혜리(여자 67㎏), 21일 차동민(남자 80㎏ 초과)이 각각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