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검찰이 배기가스 조작과 관련해 폴크스바겐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12일 보도했다.
폴크스바겐이 미국에서 150억달러에 달하는 배상안에 합의했으면서도 본사가 있는 독일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는 별도로 배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독일 당국이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폴크스바겐이 독일에서 거액의 벌금을 물 경우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독일 검찰은 폴크스바겐 경영진에게 배기가스 조작 관련 형사 처벌 외에 벌금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독일 검찰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이 디젤 배기가스 조작으로 이익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며 "미국에서는 우리가 폴크스바겐에 잘해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벌금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에서 벌금 부과가 확정될 경우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팔린 배기가스 조작 차량 1100만대분의 이익과 맞먹는 수준으로 벌금이 껑충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처벌이 확정되면 그동안 폭스바겐코리아가 한국에서 배상을 거부했던 명분도 사라진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동안 폴크스바겐은 "한국과 유럽에서는 법적인 임의 설정(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해당하는 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폴크스바겐이 한국에서 '안하무인'식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국내 소비자 보호 장치가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영국에서는 실제 손해액의 10배까지 배상을 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인정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란 기업의 악의적이고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묻고 그 같은 행위를 억제하자는 취지에서 실제 손해액의 몇 배 규모로 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기업의 하도급 거래와 기간제 근로자 파견, 신용·개인정보 이용 등 일부 피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우리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은 실제 손해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서희석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폴크스바겐 입장에서는 배상액이 크지 않다 보니 소비자와 합의하는 것보다 '법대로' 하는 게 더 이익"이라며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해야 폴크스바겐 같은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