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은 단 한마디 말도 남기지 않고 코트를 떠났다.

NBA(미 프로농구)의 팀 덩컨(40·샌안토니오 스퍼스)이 12일 은퇴했다. 구단이 발표한 보도 자료에도 그의 말을 전하는 단 하나의 따옴표("")도 없었다. 화려한 은퇴 경기, 흔한 기자회견도 없었다. 그는 구단을 통해 '은퇴 의사'만을 전달했다. 스타들이 떠날 때 요란스러운 행사를 열고 '눈물의 기자회견'을 갖는 NBA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다섯 번의 NBA 챔피언과 두 번의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 열다섯 번의 올스타. 덩컨은 19시즌 동안 이런 기록을 남겼다. 1997년 스퍼스에 입단한 덩컨은 통산 2만6496득점, 1만5091리바운드(역대 6위), 3020블록(역대 5위)을 기록했다. ESPN은 NBA 역사상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덩컨을 뽑았다.

우승 순간에도 그는 조용했다 그는 우승의 순간에도 호들갑스럽지 않았고, 패배할 때도 통곡하지 않았다. 늘 이렇게 한결같은 표정이었다. 사진은 팀 덩컨이 2014년 NBA에서 우승을 확정했을 때의 모습. 덩컨의 마지막이자 5번째 우승이었다.

덩컨은 미국 4대 스포츠(미식축구·야구·농구·아이스하키)를 통틀어 또 다른 진기록도 갖고 있다. 덩컨이 뛰는 19시즌 동안 스퍼스는 71% 승률을 기록했고, 이는 지난 19년간 4종목 모든 프로 구단을 통틀어 최고의 승률이다. 그는 마이클 조던처럼 화려한 개인기를 가진 선수도 아니었고, 찰스 바클리같이 쇼맨십이 넘치는 선수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우고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다.

그의 별명은 '미스터 기본기'였다. 묵묵하게 궂은 일을 해내고, 헌신적인 수비와 팀플레이를 보여줬다. 불혹의 나이까지 늘 꾸준하게 활약할 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한 걸로도 유명했다. 그는 데뷔부터 은퇴까지 줄곧 스퍼스에서만 뛴 '원 클럽맨'이었다. 팀마다 연봉 총액 상한이 걸려 있는 NBA에서 덩컨은 팀의 우수 선수 확보를 위해 자기 연봉을 깎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보다 더 오래 한 팀에서 뛴 선수는 지난 4월 은퇴한 코비 브라이언트(20시즌·LA 레이커스)가 유일하다. 외신들은 너무나 조용했던 덩컨의 퇴장에 대해 '그다운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팬들은 NBA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그에게 '한결같았던 최고(Consistent Greatness)'라는 헌사를 바치고 있다. 그는 19년간의 헌신을 코트에 남기고 말없이 사라졌다. 구단은 '은퇴의 말'을 과거 덩컨의 입단 소감으로 대신했다.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많이 이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