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지역에서 월세 20만원짜리 단칸방에 살았던 박모(35)씨는 2009년 인터넷 사업가로 변신한 뒤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지하 월세방에서 벗어나 서울 강남의 최고급 주택으로 집을 옮겼다. 또 1억원 상당의 스위스 명품 시계를 차고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불리는 2억원짜리 벤츠도 몰았다. 그동안 고생한 아내에게는 1억원짜리 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했다. 매달 3000만원씩 생활비도 꼬박꼬박 아내에게 줬다.
박씨의 동업자인 김모(35)씨도 호화 생활을 누렸다. 월세 2200만원짜리 서울 강남 고급 주택에 살면서 1억원이 넘는 침대를 썼다. 벤틀리〈사진〉를 포함한 고급 외제차도 여러 대 수집했고, 아내에게는 2억8000만원짜리 명품 핸드백을 선물했다.
하지만 서로를 '회장님'이라고 높여 부르며 성공한 사업가 행세를 했던 두 사람 중 박씨는 최근 구속됐고, 김씨는 현재 해외 도피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해외 유명 도박사이트 4곳과 계약을 맺고 1조원대 불법 도박 중계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일당 38명을 검거하고 총책 박씨와 전직 프로축구 선수 김모(33)씨, '경주 통합파' 조직폭력배 김모(35)씨 등 11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필리핀에 도박 중계 사이트 18곳을 만들고 2012년 9월부터 최근까지 국내 회원들을 대상으로 운영해 290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확인된 판돈 규모만 1조3000억원, 회원 수는 1만3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해커를 고용해 경쟁 사이트를 해킹하고, 광고 문자를 보낼 개인 정보를 빼냈다.
도박 중계 사이트가 성공을 거두자 이들은 2014년 8월 필리핀 정부(카가얀 경제구역청)의 허가를 받아 도박 사이트 회사도 차렸다. 이들은 도박 사이트 홍보를 위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반테와 영국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 등 유명 축구 구단과 50억원 후원 계약도 맺었다.
이들은 2013년 7월부터는 챙긴 불법 수익 중 722억원을 부동산·패션·레저사업 등 15개 업종에 투자했다. 경찰은 총책 박씨의 집에서 발견된 5만원짜리 현금 다발 등 불법 수익 152억원을 환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