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사드' 도입명분 '북핵대비' 적정성 논쟁]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한·미의 사드 배치 발표 다음 날인 9일 "미국이 한반도 불안전을 발판 삼아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즉각적인 보복까지 거칠게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성명을 통해 미국 MD(미사일 방어)의 동북아 확대판이라고 규정하고 대응 수단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사드 배치 논의가 진행된 지난 2년여간 중·러가 정상(頂上)들까지 전면에 나서 강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왔던 만큼 이런 반발이 표면화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사드 배치가 완료되는 내년 말까지 외교·무역·관광은 물론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반발은 우리에게 큰 부담과 도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의 핵과 미사일 폐기, 한·미 동맹의 확대라는 큰 틀에서 결정을 내린 만큼 치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는 어디까지나 북의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에서 비롯된 일이다. 북이 네 번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을 주장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성공 일보 직전에 이르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제 역할을 했는지부터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중국은 20여년 동안 국제사회의 북핵 제재를 가로막거나 마지못해 조건을 달아 동의하곤 했다. 지금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중국은 또 북핵과 미사일이 폐기된다면 사드의 용도도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중은 사드 외에도 앞으로 여러 일을 겪어나갈 수밖에 없는 관계이다.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어느 한 가지 일에 매여 다른 일들까지 그르치는 잘못은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부침(浮沈)을 겪으면서도 한·중 관계가 더 심화(深化)될 수 있도록 두 나라가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24년 전 한·중 수교 당시 있었던 일도 돌이켜봐야 한다. 당시 한국은 '하나의 중국'을 내세운 중국의 요구에 따라 대만과 단교(斷交)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의 손을 잡아주며 '두 개의 코리아'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정부는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을 군사 주권(主權) 확대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사드의 운용을 전적으로 주한 미군의 손에만 맡기지 말고 운용 과정에도 참여하고 취득된 정보도 실시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드가 북 미사일을 겨냥하고 있다는 말을 믿게 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10일 사드 배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할 수는 있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을 일일이 국민투표에 부쳐서 결정하는 나라는 한 군데도 없다. 이렇게 민심을 자극해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지금이야말로 정치인들이 과연 무엇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신중하게 판단해 말하고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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