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정현(전남 순천·3선) 의원은 8일 "계파 정치는 한국 정치에 들러붙은 '기생충'"이라며 "당대표가 되면 계파를 망치로 때려 부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계파 정치는 계보원끼리 공천과 당직을 주고받는 거래로 이어지게 돼 있다"며 "계파 타파를 위해 국회의원 등이 참여하는 경선 캠프를 구성하지 않고 혼자 당원과 국민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현 정부의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그는 "나를 '대통령의 내시(內侍)'라 불러도 부인하지 않겠다"며 "하지만 나는 호남에서 두 번 당선될 동안 한 번도 '친박(親朴)'을 팔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에 뛰어든 이정현 의원이 8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고까지 불린 친박계인데.

"박 대통령을 누구보다 지지하고 그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정치를 하면서 친박계로서 혜택을 누린 적이 없다. 난 새누리당의 비주류인 호남 출신이다. 또 엘리트가 넘쳐나는 새누리당에서 당직자로 출발했다. 흙수저는커녕 '무(無)수저' 출신인 나는 계파에서 자유롭고 비박(非朴)계를 포용할 적임자다."

―어떻게 계파를 타파할 것인가.

"계파 정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경선 캠프를 만들지 않겠다. 당대표가 되면 캠프에 참여한 의원들에게 자리를 줘야 하는 이른바 '사람 빚'을 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신 혼자 당원과 국민을 찾아다니며 새누리당 변화를 위해 나를 선택해달라고 호소하겠다."

―친박계가 패권적 정치 행태를 보였다는 평가에 동의하나.

"친박계 지도자급 의원들이 더 큰 포용력을 발휘했어야 했다. 가진 쪽, 힘 있는 쪽이 당을 통합시키려 했으면 좋았을 텐데 (친박계가) 그런 면에서 취약했다."

―친박계 일각에선 서청원 의원에게 당대표 출마를 요청하고 있는데.

"소망스럽지 않은 일이다. 어느 한 쪽 계파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당대표가 되는 순간 계파 정치에 고속도로가 깔린다."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면 응할 것인가.

"당대표 경선이 올림픽인가? 참가에 의의를 두고 나온 게 아니다. 반드시 당선되고 싶다."

―KBS 세월호 보도 개입 논란이 부담되지 않나.

"국민 안전이 위급한 상황에서 정부의 언론 홍보 담당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