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상무급 연구임원이 2014년 말 퇴직했다가 올해 초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법원에 전직(轉職) 금지 가처분을 냈다가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용대)는 삼성전자가 "퇴직 후 2년간 같거나 유사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 취업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를 지키지 않아 영업상 손실이 발생했다"며 SK하이닉스에 취직한 A(50)씨를 상대로 낸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SK하이닉스에 취업하는 행위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면 전직금지 약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1993년 4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개발팀에서 연구하다 2010년 상무급인 연구 임원으로 승진했다. 2014년 12월 삼성전자에서 퇴직한 A씨는 '회사 영업비밀을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으며, 퇴직일로부터 적어도 2년간 같거나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창업·취업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작성했다. A씨는 삼성전자로부터 장기성과인센티브 명목으로 2014년 5월 1억6000여만원을 받았고, 퇴사 후인 2015년 1월과 올해 1월에도 각각 1억1000여만원을 받았다.
A씨는 올해 2월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A씨는 2016년 12월까지 SK하이닉스에서 일해선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매일 1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삼성전자는 A씨가 SK하이닉스에 취업할 경우, 반도체 칩을 뒤집어 전극 부분을 기판에 직접 붙이는 기술과 반도체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위아래로 구멍을 뚫어 상하단 칩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기술 관련 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록과 심문 내용을 볼 때 두 기술은 A씨가 삼성전자를 퇴직하기 전부터 업계에 알려진 것으로 보이고, SK하이닉스도 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SK하이닉스의 기술의 삼성전자에 비해 열등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A씨가 퇴직 당시 관련 기술에 대한 지식·정보를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알려져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SK하이닉스에 입사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 침해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