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오바마 찬조연설 몇 시간 앞두고 발표
민주당 전당대회 2주 앞두고 고민거리 털어내
트럼프 "이번 결정은 워싱턴 조작 정치의 증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유세장에서 찬조연설을 했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위해 찬조연설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이번 대선의 최대 경합주로 꼽히는 곳이다.

◆ 오바마, 노스캐롤라이나 찬조연설 “가장 적합한 사람”

오바마는 연설을 통해 “힐러리보다 대통령 자격을 더 갖춘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힐러리의 다양한 국정 경험을 강조했다. 당초 6월 초로 예정됐던 이번 지지유세는 지난달 발생한 올랜도 테러 사태로 한 달만에 다시 성사됐다. 힐러리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유세는 절실한 것이었다.

개인 이메일 공무 사용 스캔들로 흠집난 신뢰성 회복과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과의 경선 과정에서 분열된 민주당을 봉합하는 데 있어 같은 당 출신의 현직 대통령의 공식적 지지는 큰 힘이 된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말인데도,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출처: 힐러리 페이스북

◆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 확실히 제거

오바마 대통령의 찬조연설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미 연방수사국(FBI)은 힐러리가 국무장관 재임 시절 개인 이메일을 공무에 사용한 혐의에 대해 기소 불가 방침을 밝혔다.

FBI 제임스 코미 국장은 “힐러리가 과거 재임 시절 보안 규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의도성이 없었고 이와 유사한 사건을 두고 형사 처벌이 전례가 없었던 만큼 기소는 않기로 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FT는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연설에서 그 누구도 이메일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으며,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힐러리의 개인 이메일 공무 사용 스캔들은 미 정계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중에 하나였다. FT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2주 앞두고 힐러리를 그동안 괴롭혀 온 이메일 스캔들은 거의 확실히 제거됐다”며 “오바마의 지원유세로 당내 분열 봉합의 기회까지 얻었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 “이번 사태는 워싱턴 조작정치 증거”

FT는 다만 “FBI가 검찰 기소는 하지 않았지만, 이번 수사 결과를 보면 힐러리 측이 개인 이메일로 기밀 문서를 전송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온 것과는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FBI는 힐러리가 국무장관으로 재임하던 기간 송수신한 개인 이메일을 조사한 결과, 총 110건의 이메일에서 기밀 정보가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노스캐롤라이나 주도 롤리에서 선거 유세를 벌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FBI의 이번 발표는 워싱턴 정계가 조작됐다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FBI의 수사를 감독하는 로레타 린치 법무 장관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린치 장관이 애리조나 공항에서 30분간 면담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져 논란이 됐다. 린치 장관은 "개인적 만남"이라고 해명했으나, 워싱턴 정계에서는 법무장관이 FBI가 힐러리의 검찰 기소를 하지 않도록 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FBI 국장이 힐러리가 국가 안보를 훼손했다고 발표했으나, 어떤 기소도 없다고 밝혔다. 조작된 시스템(Rigged System)”이라고 올렸다.

공화당도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원내대변인은 이번 결정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며 “국가 기밀 정보를 부주의하게 다룬 힐러리를 기소하지 않은 것은 끔찍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수사에서 밝혀진 대로 힐러리는 본인의 범죄행위에 있어서는 미국 국민을 오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FBI는 힐러리에 대한 기소 불가 방침은 밝혔으나, 개인 이메일 사용 그 자체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경고했다. 코미 FBI국장은 “힐러리 국무장관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기밀 정보를) 확인되지 않는 시스템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것을 알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