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남권 신공항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내자 대구·경북은 정부가 이 지역을 기만하고 정치적으로 이용만 했다고 분노하고 있다. 대구시는 김해 신공항 검증단을 구성해 문제점을 따지겠다고 했고, 대구공항 존치에 따른 대구공항 활성화 방안과 K2 공군 기지 이전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21세기 국가나 대도시들은 공항 전쟁을 벌이고 있다. 허브공항의 존재 여부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30분 이내 거리에 제대로 된 국제공항이 있느냐가 대도시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영남권(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에서 세계로 가는 항공 수요가 폭증했지만, 김해공항은 국토부의 3차례 검증 끝에 대폭 확장의 여지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정부는 준(準)허브공항급 국제공항을 영남 지역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1500만명의 영남 지역 주민 모두가 환영했지만 문제는 지역 갈등이었다. 부산은 가덕도 바다 위 건설을 주장했고 4개 시·도(대구·울산·경남·경북)는 경남 밀양을 후보지로 밀었다.
일반적으로 도시공항의 적합성은 도심에서 50㎞, 30분 거리 이내이다. 밀양 후보지는 대구에서 70㎞(도로 40분) 거리이지만, 대구·경북 사람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550만명의 대구·경북 사람들이 김해공항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다음의 2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김해공항은 접근성 차원에서 대구·경북의 도시공항 역할을 할 수 없다. 김해공항은 대구에서 약 100㎞(90분), 구미에서 150㎞(120분), 포항에서 115㎞(120분)로 수조원에 달하는 KTX 건설을 하더라도 대구·경북의 도시공항으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현재 대구 도심에 있는 K2 공군 기지 때문이다. 대구공항은 K2 안에 있으며 공군과 활주로를 함께 쓰는 민·군 겸용 공항이다. 공항 주변 주민들은 전투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폭발음 때문에 죽을 맛이고, 공군도 끊임없는 민원으로 훈련에 제약이 있다. 도심에 있다 보니 안전사고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비행안전구역 고도제한으로 여의도 면적의 30배에 해당하는 87㎢ 지역이 건축 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2013년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국토교통부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발표하며 대구공항은 존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민·군 겸용 공항인 대구공항을 존치함으로써 대구시는 특별법에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이전키로 한 K2 이전 비용을 조달할 길이 막혀 버렸다. 대구·경북 지역은 군공항을 이전해 대구 도시계획을 정상화하는 것도, 국제공항 건설로 도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꿈도 접어야 할 처지에 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로 우리 정부의 공항정책은 '원 허브공항 멀티 도시공항'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임이 밝혀졌다. 부산·울산·경남은 김해공항, 대전·청주는 청주공항, 광주는 무안공항, 제주도는 제주공항으로 해결하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대구·경북 주민을 위한 공항은 어떻게 해결할지 정부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항 문제로 인한 갈등을 털어버리고, 국가 발전을 위해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대구·경북에 응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