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용산공원, 역사성에 맞게 8개 시설 계획 재검토"]

조선일보 5일자 1·3면에 실린 용산공원 시설 조성 관련 기사를 읽고 나면 기가 찬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국토교통부가 용산공원에 경찰박물관, 여성사박물관 같은 황당한 시설을 세우려고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의 여론 수렴이 터무니없이 형식적인 설문조사였기 때문이다.

용산 미군 기지는 내년 말까지 평택으로 이전한다. 서울에 235만㎡(약 71만평)의 비어 있는 공원 부지가 생겨나는 것은 정말 다시 없는 기회다. 그 땅에 많은 국민이 기대하는 멋진 공원을 조성해야 할 책임을 정부가 지고 있다. 국토부는 작년 9~10월 용산공원추진단 홈페이지 등을 통해 3400명을 대상으로 용산공원에 무슨 시설을 집어넣고 어떤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인지 설문조사를 했다. 고작 3400명의 설문을 인터넷으로 받아내고서 여론을 들었다고 하고 있다.

국토부는 용산공원에 경찰박물관·스포테인먼트센터·어린이아트센터 등 8개 시설을 세우기로 했다고 한다. 빈 땅 생겼다고 하니 부처들이 너도나도 숟가락 들고 덤벼든 꼴이다. 공원을 건물들로 채워 넣겠다는 발상부터가 수준 이하다. 고층 아파트, 고층 빌딩으로 숨 쉴 여유가 없는 서울 도심에 모처럼 생긴 공간에 무슨 콘크리트 건물을 더 세우겠다는 것인가. 국토부 발상이 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예 용산공원에서 손을 떼게 만들어야 한다.

용산공원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전문적 식견을 모아 서울의 이미지를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을 넉넉히 잡고 많은 전문가와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집해 공원 계획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국토부는 뒤늦게 여론 수렴을 더 한 뒤 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공무원들이 자기들 입맛대로 움직이는 전문가들을 동원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것처럼 흉내 내는 것도 못하게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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