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야구장에 부슬부슬 내린 장맛비도 청춘들의 뜨거운 야구 열기를 짓누를 수는 없었다.
제7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가 4일 개막부터 홈런포와 콜드게임으로 화끈한 승부를 연출했다. 작년 우승교 대구 상원고는 최석호의 쐐기 3점포를 앞세워 개성고를 8대2로 물리치고 32강에 진출했다. 4년 만에 청룡기 무대에 선 개성고는 1회전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서울의 강호 장충고도 장안고를 7회 콜드게임으로 누르면서 32강에 올랐다. 세 번째 경기였던 부천고와 충훈고의 1회전은 비로 하루 순연됐다.
〈대진표 참조〉
[상원고 8 - 2 개성고]
4―2로 앞선 상원고의 7회 공격. 1사 1·3루에서 4번 타자 최석호가 타석에 등장했다. 3학년으로 팀 주장을 맡은 그는 지난해 대회 결승에서 성남고를 상대로 결승타를 터뜨리며 상원고의 통산 6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수훈상도 받았다. 최석호는 올해는 이번 대회 전까지 주말리그 등 12경기에서 타율 0.184에 그쳤다. 주변에선 대학 진학이나 프로 진출 고민 때문에 슬럼프를 겪는 '고 3병'이라고 했다.
최석호는 그동안 부진을 7회 단 한 번의 스윙으로 털어냈다. 3볼 1스트라이크에서 개성고의 두 번째 투수 도윤의 공을 상대로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10m짜리 쐐기 3점 홈런이었다. 모처럼 얼굴에 웃음꽃이 핀 최석호는 "초등학교 이후 홈런을 친 것은 처음"이라며 "맞는 순간엔 담장을 넘어갈 줄 몰랐다"고 했다. 상원고 박영진 감독은 "훨씬 잘할 수 있는 선수인데 올해는 부담감 때문인지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홈런을 계기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충고 7 - 0 장안고 (7회 콜드)]
장충고의 집중력이 장안고를 앞섰다. 2회와 3회에 각각 1점씩을 뽑은 장충고는 7회에 안타 4개와 몸에 맞는 볼 1개, 상대 실책 1개를 묶어 6―0을 만든 데 이어 2사 1·3루의 끝내기 찬스(7~8회에 7점 차 이상이면 콜드게임 적용)를 맞았다. 1루 주자 최준우가 도루를 시도했을 때 상대 포수의 송구가 외야로 빠지는 틈을 타 3루 주자 박민석이 7점 차 콜드게임 승을 완성하는 끝내기 점수를 뽑아냈다.
장충고는 마운드에선 선발 정윤호(4와 3분의 1이닝)와 양기현(2와 3분의 2이닝)이 7이닝 동안 안타 1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장안고 타선을 틀어막았다. 장충고 송민수 감독은 "비로 젖은 그라운드 상황이 좋지 않아 실수를 최대한 줄이고 기본에 충실하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던 것이 통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