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경기도 과천의 서울동물원에서 국제멸종위기종 동물이 130여 마리나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죽은 동물 대다수가 질병과 부상이 사인(死因)으로 드러나 서울동물원의 동물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본지가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동물원에서 폐사한 동물은 모두 286마리였다. 이 가운데 46%인 132마리는 국제멸종위기종(CITES)종이었다.
특히 재규어(jaguar), 설표(snow leopard), 슬로로리스(slow loris) 등 국제멸종위기종 1급(CITES Ⅰ)으로 분류되는 동물도 30마리나 포함됐다. 나머지 102마리는 2급(CITES Ⅱ) 멸종위기종이었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으로 보호되는 국제멸종위기종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은 1급(CITES Ⅰ),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동식물이 2급(CITES Ⅱ), 보유 당사국인 보호조치 지정한 동식물은 3급(CITES Ⅲ)이다.
서울동물원에서 폐사한 멸종위기 동물 132마리 중 ‘늙어서’ 죽은 동물은 12마리(9%)뿐이었다. 그 중 자연사로 분류된 동물은 말레이곰(CITES Ⅰ) 암컷 1마리와 검둥이원숭이(CITES Ⅱ) 수컷 1마리가 전부였다. 나머지 91%에 달하는 동물은 ‘투쟁으로 인한 외상’, ‘야생동물에 의한 피식’, ‘세균감염’, ‘뇌출혈’ 등 부상과 질병 때문에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희귀 동물들이 질병과 부상으로 폐사하는 일이 빈번한 데 대해 서울동물원 측은 낡은 시설과 인력·예산 부족을 이유로 꼽고 있다. 동물원 관계자는 “대부분 동물 우리가 30여년 전에 지어진 것이어서 생태환경조성에 어려움이 있다”며 “시설 개선 문제는 예산과 밀접한 문제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동물원 규모에 비해 수의사 수가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5월 기준 서울동물원이 사육하는 동물은 총 3063마리인데 수의사는 모두 12명이다. 이 중에서 행정·관리직 수의사를 빼면 진료·병리·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수의사는 6명뿐이다. 수의사 1명이 동물 510마리씩 맡아 진료·관리하는 셈이다. 동물보호전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의 전채은 대표는 “동물 질환은 예방이 중요한데 서울동물원은 수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 징후를 살피거나 제대로 진료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동물원의 동물 폐사율은 5.4%이지만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동물원은 폐사율이 1% 정도였다. 국제멸종위기종 동물이 아니더라도 서울동물원에서 폐사하는 동물이 민간 동물원보다 5배 정도 많다는 것이다. 서울동물원 병리·방역팀 이현호 팀장은 “인력이 적다 보니 예방차원에서 동물들의 폐사를 미리 대처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