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詩詩하네

시를 쓰면 뭐가 좋니
시집내면 돈이 되니

쓸 수밖에 없으니까,
먹고 사는 길은 아냐,

단숨에 발가벗겨진 그 말 앞에 가만 섰다

술 한 잔 되지 못한
몇 마디를 채워 넣고

독한 것, 내뱉으며
눈을 한번 치켜뜬다

그래도 미끄덩하며 뭔가 빠져 나간다

―이나영(1992~ )

시를 쓴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노릇인지 익히 안다. 무용(無用)인 줄 알면서도 빠지면 헤어나기가 더 어려운 세계. 그렇게 시의 나라에 발을 들이면 '사는 게' 영 시시하고 그럴수록 더 '詩詩'해질 수도 있겠다. 예술인 중 연봉이 가장 낮아도 문학이라는 짝사랑으로 황홀하니. 앞서간 어느 시인의 말처럼 제풀에 '높고 외롭고 쓸쓸한' 종족이니!

그러므로 쓴다. 아니 그렇기에 또 쓴다. '쓸 수밖에 없으니까'! 갈수록 돈이 구세주라, '먹고 사는 길' 아님을 잘 안다. 그래서 늘 마른 목을 스스로 축이며 가는 길. '독한 것, 내뱉으며/눈을 한번 치켜'뜨며 시를 찾아 오늘도 기꺼이 앓는다. '술 한 잔 되지 못한/ 몇 마디를 채워 넣'으려고 하릴없이 헤맨다. '그래도 미끄덩하며 뭔가 빠져' 나가면 갖은 애를 태우다 더러 자신을 바치기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