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한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당선인이 30일 임기 6년의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날 대통령궁에서 열린 취임식에는 신임 각료를 비롯한 행정·사법·입법부 주요 인사와 외교사절단 등 600여명이 취임식에 참석했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은 수도(首都) 마닐라에 있는 리살공원 '퀴리노 그랜드스탠드' 광장에서 열렸지만, 두테르테 신임 대통령은 교통 통제에 따른 국민 불편 등을 이유로 대통령궁에서 취임식을 열었다.

과격한 언행으로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그는 "취임 6개월 안에 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기 때문에 대대적인 범죄·부패와의 전쟁이 예상된다. 그는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현장에서 범인을 사살할 수 있게 하겠다"며 대대적인 마약상 단속을 예고했었다.

또 그는 6년 대통령 단임제 폐지와 의원내각제 전환, 연방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산 반군세력인 민족민주전선(NDFP)의 반정부 무장투쟁을 끝내기 위해 평화협상도 재개한다. 이외에도 두테르테 정부는 40%로 제한된 외국인 투자 지분 규제 완화, 사회기반시설에 국내총생산(GDP)의 5% 투자, 세제 개혁 등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외교적으로는 '친미 반중'의 아키노 전 정부와 달리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상태와 관련해 중국과의 대화나 남중국해 자원 공동개발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친미 중심의 외교정책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필리핀은 소수 재벌과 토착세력이 경제를 지배하고 있고, 정치판은 가문·족벌 정치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두테르테 대통령의 개혁 정책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이날 레니 로브레도(여·52) 신임 부통령은 마닐라 케손시에서 별도의 취임식을 가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소속 정당이 다른 로브레도 부통령을 취임식에 초대하지 않았다. 필리핀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이 따로 취임식을 한 것은 처음이다. 현지에서는 로브레도 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