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적으로 내리던 비가 그치고 먹빛 하늘에 푸른 별이 떴다. 자정 넘은 시각. 말레콘(Malecon)으로 나간다. 파도를 막는 제방. 이렇게 번역하고 나면 건조해 보이지만, 수도 아바나(Habana)의 다른 어떤 곳도 말레콘보다 더 매혹적인 곳은 없다. 말레콘 위에 앉아 도심을 등지면 바다, 바다를 등지면 도심. 1500년대 스페인 식민지 시절부터 아바나를 지켜온 바로크, 네오 클래식,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들이 눈앞에 있다. 도시 외곽이 아니라, 도심 한복판에서 푸른 파도를 견뎌내고 있는 7km의 희귀한 제방. 1901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니, 말레콘이 막아낸 게 파도뿐이었을까.
입력 2016.06.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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