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형 핑크빛 뷰익으로 말레콘을 달린다.

단속적으로 내리던 비가 그치고 먹빛 하늘에 푸른 별이 떴다. 자정 넘은 시각. 말레콘(Malecon)으로 나간다. 파도를 막는 제방. 이렇게 번역하고 나면 건조해 보이지만, 수도 아바나(Habana)의 다른 어떤 곳도 말레콘보다 더 매혹적인 곳은 없다. 말레콘 위에 앉아 도심을 등지면 바다, 바다를 등지면 도심. 1500년대 스페인 식민지 시절부터 아바나를 지켜온 바로크, 네오 클래식,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들이 눈앞에 있다. 도시 외곽이 아니라, 도심 한복판에서 푸른 파도를 견뎌내고 있는 7km의 희귀한 제방. 1901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니, 말레콘이 막아낸 게 파도뿐이었을까.

말레콘은 7km의 제방. 파도를 막는 게 말레콘의 일이라면, 쿠바를 사랑하는 건 우리의 일일지도.
손으로 시가를 마는 즐거움.
체 게바라와 라울 카스트로는 아바나 어디에나 존재한다.
인그라테라호텔 앞에 도열한 외국인 관광객용 올드 클래식 택시들. 뷰익 시보레 캐딜락 폰티악부터 핑크 라임 오렌지 블루 등 브랜드와 색의 향연이다.
아바나 거리의 뮤지션.
아바나 거리의 채소 시장.
혁명광장 인근 내무부 건물 외벽의 철근으로 형상화한 체 게바라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