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집에서 송파구 직장까지 지하철 9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정성일(32)씨는 요즘 출근길 지하철에 타면 일명 '투탕카멘 자세'를 취한다. 고대 이집트 왕 투탕카멘의 미라 모습처럼 차렷 자세에서 양손을 어깨 쪽으로 '엑스(X)'자로 교차시키고 시선은 상향 45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정씨는 "콩나물시루처럼 북적대는 지하철에서는 의도치 않게 손이나 팔꿈치가 다른 사람과 닿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성추행 같은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는 데는 이 자세가 최고"라고 말했다.

[성추행이란 무엇인가]

정씨처럼 만원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남성들 사이에 '성범죄 오해를 피하는 방법'이 확산하고 있다. 아직 대중교통편 안에는 '쩍벌남(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옆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남자)'처럼 남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남성이 적지 않지만,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남성들이 먼저 매너를 지키자"는 움직임이 퍼지는 것이다. 취업 준비생 김모(27)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스마트폰 '각도'에 주의한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가 다른 승객을 향했다가 자칫 '몰카'라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스마트폰 위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김씨는 좌석에 앉을 때는 몸을 달팽이처럼 굽혀 스마트폰이 바닥을 향하게 하고, 서 있을 때는 스마트폰을 들어 창문 쪽을 향하게 한다.

공무원 신모(27)씨는 최근 여자 친구로부터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을 올라갈 때 시선은 바닥을 향하게 하라"는 조언을 듣고 그대로 따르고 있다. 남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각종 사이트에는 "혼잡한 공간에서는 가방을 앞으로 메라" "엘리베이터에 낯선 여성과 단 둘이 타지 말라" "좁은 골목길에 여성 혼자 앞서 걸을 때는 일부러 천천히 걸어라" 같은 수칙들이 공유되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별에 관계없이 대부분 사람은 성범죄를 혐오하고 방지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남성들이 각종 자구책을 '불편사항'이 아니라 '에티켓'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