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신(1899~1977)은 대한민국 첫 여성 장관이자 국회의원이다. 여자가 상공부 장관이 되었다고 해서 간부들이 뒤에서 쑥덕거렸다. "서서 오줌 누는 사람이 어떻게 앉아서 오줌 누는 사람에게 결재를 받느냐." 임영신이 듣고 호통을 쳤다. "내가 비록 앉아서 오줌을 누지만 나라를 세우기 위해 서서 오줌을 누는 사람 이상으로 활동했다. 내게 결재받기 싫으면 당장 보따리를 싸라."
#박순천(1898~1983)은 제2대 총선에서 정치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해 당선된 여성 국회의원 2호다. 어느 날 한 남성 의원이 인신공격을 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그러자 박순천이 되받아쳤다. "나랏일이 급한데 암탉 수탉 가리지 말고 써야지 언제 저런 병아리를 길러서 쓰겠느냐. 암탉이 낳은 병아리가 저렇게 꼬꼬댁거리니 길러서 쓰려면 아직도 멀었다."
두 정치 여걸(女傑)들이 살아 있었다면 격세지감을 느꼈을까.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당선자 수가 역대 최다(最多)를 기록했다. 이달 본격 활동을 시작한 20대 국회에 입성한 여성 의원들은 51명. 전체 의원 수의 17%로 19대(47명)보다 1.3% 포인트 증가했다. 1948년 제1대 제헌국회가 전원 남성 의원만으로 개원(임영신은 1949년 보궐선거로 당선)했던 풍경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최다 기록 말고도 20대 총선은 여성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역구에서 역대 최다 당선자인 26명을 배출했다. 15대에 처음 지역구로 2명이 당선된 이후 16대 5명, 17대 10명, 18대 14명, 19대 19명으로 꾸준히 늘다가 이번에 26명으로 급증했다. 지역구 여성 출마자는 98명으로 남성 출마자의 8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26.5%에 해당하는 26명이 승전고를 울리며 여성 정치인의 저력을 보여줬다.
여성 다선(多選)시대의 포문도 열었다. 추미애 의원은 지역구로만 5선이라는 기록을 달성했고, 나경원·박영선·조배숙 의원은 4선, 이혜훈·박순자·유승희·김영선·김상희·김현미·심상정 의원은 3선 반열에 올랐다.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장은 물론이고 당 지도부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정치의 심장 국회에서도 여성 파워가 커지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면서 "신뢰를 잃은 한국 정치가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변화하는 데 여성 의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배 여성 정치인, 아니 국민들의 바람대로 그들은 한국 정치판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20대 국회 여성 의원 51명에게 그 가능성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