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는 야당의 요구를 여당이 수용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그동안 야당은 "유해 성분에 대한 관리 소홀로 대규모 피해를 낸 만큼 정부 책임이 크다"고 주장해왔고 정부·여당은 수세에 몰린 모양새였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바뀌었다.
새누리당 원내 관계자는 27일 "가습기 살균제는 2000년대 초에 처음 시판되는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자유롭지 못한 문제"라고 했다. 이에 따라 국정조사에 임하는 여야의 시각도 차이가 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유해 성분을 유통되도록 한 정부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했지만,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권 차원이 아니라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에 중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여야 3당은 이날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외에 7개 비(非)상설 특별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했다. 국회는 2개 상설특위(예결특위·윤리특위)가 있으며, 본회의 의결로 비상설 특위를 구성할 수 있다. 이번에는 새누리당이 3개, 더민주가 3개, 국민의당이 1개 특위 설치를 주장하고 3당이 이에 합의했다. 그러나 3당이 위원장 활동비만 월 600만원가량 들어가는 특위 설치를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선 의원들에게 '위원장' 자리를 주기 위해 여러 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제안한 정치발전특위는 19대 국회 당시 정치개혁특위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졌다. 주로 공천제도 개선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개헌 문제는 다루지 않기로 했다. 규제개혁특위는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인 규제프리존 도입과 정부 역점 사업인 규제 개혁 등을 논의한다. 평창동계올림픽특위는 2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 지원을 위한 특위로 19대 국회에서도 개원과 동시에 구성됐다.
더민주는 가계부채 줄이기, 전·월세 대책 등 서민 주거 개선 문제 논의를 위한 민생경제특위를 제안했다. 지방재정분권특위는 누리과정 예산문제, 지방교부금 문제 등을 다룰 예정이라고 야당 관계자는 밝혔다. 남북관계개선특위는 두 야당이 강하게 요구했으며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제재 수위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 등을 논의하게 된다. 국민의당은 미래일자리특위를 제안했다. 안철수 대표가 국회교섭단체연설에서도 제안했던 이 특위는 미래먹거리 발굴 문제를 논의한다.
문제는 그동안 국회에서 만들어진 상당수 특위가 만들어질 당시 목표와는 달리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만들어질 민생경제특위의 전신 격인 경제민주화·민생안정 특위는 19대 국회였던 작년 11월 30일 구성됐지만, 회의도 한 차례 열지 않았고 위원장조차 선임되지 않은 채 문을 닫았다. 평창동계올림픽특위는 2014~2015년까지 4416만원이 지원됐지만 단 한 차례 21분 회의를 했다.
특위는 상임위와 달리 본회의 의결을 통해 인원과 기한을 정해 한시적으로 활동하는데 활동 기간에 매달 약 600만원의 활동비가 위원장에게 지급되고, 한 번 설치될 경우 적게는 3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의 추가 경비도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야권 관계자는 "이번 특위도 의원들이 '예산 나눠 먹기' 용도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여야는 이번에 새로 구성될 7개 특위 위원장도 각각 3대3대1(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로 나눠 배분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