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1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을 받아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해 온 윤승모 전 부사장이 법정에서 재차 자신이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의 심리로 27일 열린 홍 지사의 10차 공판에 윤 전 부사장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그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홍준표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윤 전 부사장은 “당시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홍 지사가 소파에 앉아 있었고 오른쪽 전방에 제가 앉았다”며 “홍 지사 발 아래로 쇼핑백을 내밀었다. 돈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지사가 나모 보좌관을 불러 돈을 가져가게 했다”며 “홍 지사와 얘기를 끝내고 나왔을 때 나 보좌관 책상 아래쪽에 쇼핑백이 쓰러져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놓여 있어 보좌관도 대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전달된 돈이 홍 지사의 당대표 경선자금을 위한 것이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윤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이 용도를 말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윤 전 부사장이 성 전 회장에게 이 돈을 홍 지사가 먼저 요구한 것인지, 성 전 사장이 먼저 주겠다는 것인지 물었던 적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이 30초 정도 뜸을 들이다 ‘그쪽에서 달라니까 준 것’이라고 답했다”며 “실제 그런지 모르겠지만 홍 지사측과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정도의 대화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달사고 의혹에 대해선 “남의 돈이었고 당연히 갖다주는 거라고 생각했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홍 지사 측 변호인은 윤 전 부사장이 돈이 든 쇼핑백을 받은 장소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점 등을 이유로 신빙성이 없는 진술이라고 맞섰다.

홍 지사 측 변호인은 “재무담당인 한모 전 부사장이 당시 쇼핑백을 줄 때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왜 검찰조사에서 한장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윤 전 부사장은 “정확하진 않지만 성 전 회장 또는 한 전 부사장이 한장이라는 말을 했다”고 반박했다.

또 윤 전 부사장이 의원회관 지하 1층 출입구와 면회실을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홍 전 지사를 만났다고 진술한 점에 대해서도 “당시 의원회관 지하 1층 출입구는 신관 공사로 폐쇄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전 윤 전 부사장은 김해수 전 청와대 비서관과 모 대학총장 엄모씨 등 홍 지사 측근으로부터 회유를 받았다는 진술도 했다.

윤씨는 이들과의 통화 및 대화를 녹음·녹취해 이미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