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은 길거리에서 음란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물의를 일으키고 사직한 김수창(54) 전 제주지검장에 대해 변호사 등록을 허가했다. 김 전 지검장은 재작년 8월 제주시내 한 도로변에서 5차례 음란 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돼 정신치료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김학의(59) 전 법무부 차관도 올 초 변협에 정식 등록된 변호사가 됐다. 변협에 등록된 변호사는 정상적인 개업 활동이 가능하다.
변협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관 법조인 대부분에게 변호사 등록을 내주고 있어 등록 허가제가 유명무실해질 위기다. 통상 법조인 자격을 갖추고 현직 당시 소추·징계된 바가 없으며 기타 심신 장애 등 치명적인 결함만 없으면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할 수 있다. 변협 관계자는 "1952년 (변협) 설립 이후 지금까지 변호사 등록 신청이 거절된 법조인은 3명뿐"이라고 말했다. 그중 한 명은 지난 2012년 법원 내부 통신망에 담당한 사건의 내용을 무단 공개해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은 이정렬(47)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다. 그는 현직 판사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등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을 올려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변호사법과 변협 회규에 따르면 법조인이 공직에서 나와 변호사 개업을 할 땐 우선 자신이 개업하고자 하는 지역의 지방변호사회(이하 지회)에 변호사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을 받은 지회는 적격성에 대한 의견을 첨부해 변협으로 전달한다. 변협은 3개월 안에 등록 심사를 마쳐야 한다. 이때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형사소추·징계처분을 받은 사람뿐 아니라, 소추·징계 전에 서둘러 편법적 사표를 낸 사람도 변호사 등록이 거부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후자의 사유로 거부당한 사례는 없다.
지난 3월 변협은 작년 2월 사직한 이모(46) 전 부장판사에 대해 변호사 등록을 허가했다. 이 전 판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일부 정치집단에 대해 "투신의 제왕" "촛불 폭도" 등 9000개가 넘는 원색적 댓글을 단 뒤 논란이 불거지자 법원을 나왔다. 징계를 피하려고 법원에서 사직했다는 비판이 일었으나 무사통과됐다. 지난 3월 회식 자리에서 부하 여검사를 음식에 빗대 말한 것 때문에 감찰을 받게 되자 재빠르게 사표를 쓴 김모(50) 전 부장검사도 최근 문제 없이 광주 지역에서 변호사 등록을 마쳤다.
변호사 등록이 적절한지에 대해 지회와 변협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나 같은 해 '사법연수원 불륜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던 이모(31·여)씨의 경우 서울 지회에서는 '부적격' 의견을 첨부했지만 변협에서는 모두 등록이 허가됐다.
변협 관계자는 변호사 등록 기준이 느슨해보이는 데 대해 "협회 회장이 의지를 가지고 엄격히 등록 심사를 하려고 해도 등록심사위원회 위원 9명 중 변협 회장이 임명하는 건 3명뿐인 데다 법령상 검사·판사가 각각 1명씩 있어 엄정한 평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