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국영 철강 회사인 둥베이터강(東北特鋼)의 양화(楊華) 회장이 지난 3월 24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흘 뒤 둥베이터강은 만기가 돌아온 8억5200만위안(약 1540억원)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현지 언론에선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양 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 중 30~40개만 골라 초대형 글로벌 그룹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경쟁력 없는 국영기업들은 쳐내고 있다. 중국의 국영기업은 2005년 2만9229개에서 작년 1만8373개로 지난 10년간 37%나 감소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중국 정부가 향후 2~3년간 철강 산업 이외에도 석탄, 시멘트, 유리, 선박 등 7개 분야의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500만~600만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영기업 위주의 전통 제조업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IT(정보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중국의 민간 기업들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최근 중국 자동차 업체들과 제휴해 '스마트카(IT 기기와 융합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드는가 하면, 동남아 온라인 결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태국의 금융회사 지분을 사들이기도 했다.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Wechat)'으로 유명한 텐센트는 세계 모바일 게임 1위 업체인 핀란드의 '수퍼셀'을 인수해 명실상부한 '콘텐츠 공룡'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국 1위 인터넷 포털 기업인 바이두 역시 무인 자율 주행차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국영 은행들이 주도하던 금융시장도 핀테크(금융과 IT의 결합) 열풍이 불면서 P2P(개인 대 개인) 대출 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민간 기업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P2P 대출 업체인 '뎬룽(点融)'은 2012년 창업 이후 3년 만에 기업 가치가 10억달러(약 1조원)를 넘어섰다.

작년 말 중국 P2P 대출 업체 최초로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이런다이(宜人貸)'는 상장을 통해 최대 1억달러를 조달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전통 제조업 중심의 국영기업은 부실과 부패 때문에 위기를 맞았고, 민간 IT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해외 기업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줘서 성장했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중국 국영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미국 인구의 3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를 기반으로 민간 IT 기업들이 한층 성장한다면 중국은 더욱 무서운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