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숙(32)에게 지난 3월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쿠바 아바나 플뢰레 그랑프리 대회는 악몽이었다.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왼쪽 무릎을 부딪쳤는데, 검사 결과 그의 왼쪽 무릎엔 연골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의사는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양발의 복사뼈가 기형적으로 자라나, 이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도 다시 일어선 전희숙이었다. 하지만 이번 부상은 심각했다. 조종형 한국 펜싱 대표팀 총감독은 전희숙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하자. 수술 받고 편안하게 살자." 전희숙은 눈물을 쏟으며 맞섰다. "감독님, 저 리우 꼭 갈 거예요."
3개월 동안 재활에 전념했던 전희숙은 지난주 태릉선수촌에 돌아왔다. 동료보다 훈련을 덜 했던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새벽 5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강훈련을 소화하기 위해 진통제를 매일 세 번씩 챙겨 먹는다. 조 총감독은 "남은 기간 동안 빡빡하게 훈련하면 기량의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며 "평소 강점인 정신력으로 10%를 채워 리우에서 스타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희숙은 대표팀 12년 차 선수다. 중학교 2학년 때 펜싱에 입문한 전희숙은 칼을 잡은 지 14개월 만에 회장배에서 우승하며 누구보다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남현희만큼 잘하는 선수"로 설명했다. 그의 앞에 늘 '1인자' 남현희(35)가 있었던 것이다.
전희숙은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단체전)을 딴 데 이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남현희를 꺾고 결승에 올라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까지 석권하며 2관왕을 차지했지만, 전희숙은 여전히 굶주려 있다. 아버지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감독님이냐고 물을 정도로 항상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했던 아버지가 딸이 올림픽 출전하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아버지 묘소 비석에 올림픽 금메달을 걸어 드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잘할 것"이라며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펜싱 대표팀은 22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공개 훈련을 가졌다. 훈련하는 선수들 뒤에는 '런던의 영광을 리우까지'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한국 펜싱 대표팀은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한국이 종합 5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데는 펜싱의 공이 컸다.
대표팀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런던의 영광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남자 사브르 김정환, 여자 사브르 김지연, 여자 플뢰레 전희숙, 남현희 등이 메달에 가깝다는 평가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은 "기대치가 높아져 런던 대회 때보다 부담이 많이 된다"면서도 "2연패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조 총감독은 "우리 목표는 2개의 메달을 따는 것"이라며 "메달이 모두 금색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