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반 함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노후 하수관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절반 정도는 교체나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30년 이상 된 하수관로를 정비하는 데 필요한 2조300억원 중 예비비로 편성된 5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법정 보조금 지원 대상이 아니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는 작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30년 이상 된 시내 하수관로 2720㎞ 중 절반에 가까운 1393㎞를 정밀 조사했다. 환경부 기준으로 775㎞ 구간의 교체나 보수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노후 하수관로를 방치하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 시내에서 도로 함몰 및 지반 침하가 일어난 3626곳 중 77%가 노후한 하수관로 때문으로 조사됐다. 오래된 하수관은 쉽게 파손되면서 구멍이 생긴다. 그 틈으로 새어나온 물이 하수관 주변 흙을 쓸고 나가거나, 다시 관 안으로 흙과 함께 쓸려 들어간다. 하수관 주변엔 동공(洞空), 즉 빈 공간이 생긴다. 그러다 위쪽 도로에 충격이 가해지면 버텨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이때 도로를 지나던 차들이 꺼진 공간에 빠지면 인명 사고까지 날 수 있다.
이번에 조사한 하수관로의 16%(217㎞)는 긴급 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일반 보수가 필요한 하수관로는 전체의 40%(558㎞)에 이른다. 서울시에 따르면 보수 대상 775㎞를 모두 손보는 데 필요한 예산은 1조400억원이다. 2018년까지 조사할 예정인 나머지 노후 하수관로(1514㎞)의 정비 비용은 9900억원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총 2조300억원에 이르는 보수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하수관로가 무너진 경우 ▲단절된 경우 ▲파손된 경우 ▲구멍이 뚫린 경우 ▲지하수가 유입되는 경우 등 결함이 있는 하수관로 111㎞를 2019년까지 1491억원을 들여 우선 정비하기로 했다. 이후 단계적 정비 계획을 세워 노후 하수관로를 보수·교체할 예정이다. 하지만 2019년 이후 하수관로 424㎞를 긴급 보수하는 데만 약 5700억원이 들고, 장기적으로 2조원 이상 공사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비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이 시의 의견이다.
서울시는 올해 국비(예비비)로 편성된 예산 500억원을 노후·불량 하수관로 정비에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서울시 하수관로 정비 사업이 법정 보조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며 거부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까지 하수관로 정비 사업 비용의 10%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었으나 이듬해 환경부가 특별시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재는 광역시와 각 도(道)만 정비 사업 비용 30~50%를 정부에서 보조받는다.
서울시는 외국 사례까지 들며 정부 지원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도쿄도에 하수도 시설비를 최대 55%까지 지원한다. 이에 따라 도쿄도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 해 평균 5000억원(488억엔)을 하수도 정비 목적으로 지원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하수관로 정비 사업이 다시 법정 국고 사업 대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