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에 남을지, 떠날지를 결정하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잔류 여론의 우세가 확대되고 있다. 투표는 오는 23일 실시된다.
21일(현지 시각) 여론조사 업체 ORB의 전화 조사 발표에 따르면, 잔류 지지 응답이 53%를 기록해 탈퇴(46%)보다 7%포인트 높았다. 사회 연구 조사 기관 '냇센(NatCen)'이 이날 발표한 결과도 잔류(53%)가 탈퇴(47%)를 6%포인트 앞섰다.
지난 19일 나온 서베이션 여론조사에서는 잔류가 45%로 탈퇴(42%)를 3%포인트 앞섰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잔류 여론에 더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영국 최대 베팅 업체인 '베트페어'도 한때 50%대까지 떨어졌던 잔류 가능성을 75%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유고브'가 일간 더타임스 의뢰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는 탈퇴(44%)가 잔류를 2%포인트 차로 눌렀다. 텔레그래프는 "선거 막판 잔류가 동력을 얻어가고 있지만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했다.
국제사회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됐을 때 다가올 충격파를 우려해 영국의 EU 잔류를 호소하는 파상공세를 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재닛 옐런 의장은 21일(현지 시각)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브렉시트가 결정된다면 매우 부정적인 경제적 여파(significant economic repercussions)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20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EU 안에 남는' 영국과 함께하고 싶다는 내용의 전면(全面) 광고를 게재했다. 한 국가 정상이 다른 나라 일로 해당 국가에 광고를 싣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광고는 "선택은 영국이 하는 것이지만 헝가리는 EU 회원국으로서 영국과 함께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은 트위터에 "우리(유럽)는 영국이 필요하다. 함께 미래의 도전들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에어버스와 BNP파리바, 에너지기업 '엔지' 등 프랑스 기업들은 21일 영국 신문에 "영국이 EU 시장에 '영원히 굳건히 남아있을 때' 영국 내 추가 고용과 투자가 가능하다"고 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발매한 특집판의 표지 제목을 '제발 떠나지 마(Please don't go)'로 달았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EU 탈퇴는) 이기적이고 자신 없는 개인주의로 후퇴하는 것"이라며 잔류 지지 입장을 밝혔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발생할 '참혹한'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 금융계의 큰손 조지 소로스는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를 통해 "브렉시트 다음 날(금요일) 영국은 파운드화가 15% 이상 대폭락하는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표 결과가 탈퇴로 나오면 파운드화는 빠른 속도로 가파르게 하락할 것"이라며 "파운드화가 15% 떨어졌던 1992년보다 낙폭이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영국 하원은 20일 극우 괴한 습격에 사망한 조 콕스(41·노동당) 의원을 추모하는 특별 회기를 개최했다. 의원들은 콕스 의원의 고향이자 지역구가 있었던 요크셔 지방을 상징하는 하얀 장미꽃을 가슴에 달았다. 일부 의원이 서 있어야 할 정도로 의사당이 꽉 찼지만, 콕스 의원이 앉았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 자리엔 하얀 장미꽃과 빨간 장미꽃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고 BBC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