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남편 빌 클린턴을 행정부에 기용할 수 있을까. 스탠퍼드대를 나온 외동딸 첼시는 어떨까. 답은 '불가능'이다. 미국 연방법에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은 자기가 관할·통제하는 자리에 직계 존·비속부터 4촌 이내 혈족까지 친·인척을 채용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규정은 의회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상·하원 의원들은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고용할 수 없다. 하원은 의사 규칙에 따로 규정을 둬 의원이 배우자를 보좌진으로 쓸 수 없도록 한다.

▶독일에선 의원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할 순 있지만 정부에서 주는 급여는 받지 못하게 한다. 정 고용하려면 의원 본인이 돈을 대라는 얘기다. 일본에도 의원이 배우자를 보좌관으로 쓰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배우자나 4촌 이내 혈족 가운데 한 명만 채용할 수 있게 제한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아홉 명까지 보좌진을 둘 수 있다. 4급 두 명, 5급 두 명, 6·7·9급 한 명에 인턴 두 명이다. 청년 실업에다 입법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자리여서 인턴이라도 모집 공고가 나면 경쟁률이 수십대 일이다. 그렇지만 친·인척을 채용하는 데엔 아무런 법적 제약이 없다. 그렇다 보니 아들·딸을 비롯한 가족이나 조카·매제 같은 친·인척을 고용하는 사례가 흔하다. 이름뿐인 '유령 보좌관'을 등록해 월급을 가로챈 의원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013년 대학 휴학 중이던 딸을 다섯 달 동안 인턴 비서로 채용했다는 사실이 엊그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지난해엔 친동생을 5급 비서관으로 썼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서 의원은 "딸이 급여를 내 후원금으로 냈다"고 해명했지만 국회 인턴 경력은 그 자체로 좋은 '스펙'이다. 서 의원 딸이 대학 졸업 후 로스쿨에 입학했을 때도 이 경력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수많은 청년이 이 소식에 또 한 번 좌절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보좌관 자리에 친·인척을 채용하는 것은 대표적인 금배지의 '특권질'이다. 그래서 본인·배우자의 4촌 이내 친·인척 고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2004년 17대 총선 이후 매번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이 암묵적으로 반대해 자동 폐기되곤 했다. "친·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 못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얘기였다. 그제는 더민주 백혜련 의원이 4촌 이내 친·인척을 쓰면 국회에 신고하고 국회 공보(公報)에 공개하자는 법안을 냈다. 의원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 법 처리라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