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20일 정운호(구속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救命)을 위해 검찰에 청탁하겠다는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사진) 변호사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2011년 서울메트로에 대한 감사원·서울시의회의 감사 무마 명목으로 2억원을 받았고, 34억5600만원에 달하는 변호사 수임료 신고를 누락해 15억5300만원을 탈세(脫稅)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1조3000억원대 사기 어음 발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재현 전 동양 회장을 변호하면서 2억원을 받고 선임계를 내지 않았고, 2조3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강덕수 전 STX 회장에게 받은 수임료 2억원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말했다. 홍 변호사는 또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의 저축은행 비리 사건은 수임 제한 규정(개업 후 1년)에 걸려 합법적으로 수임이 어렵자 후배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긴 것으로 처리한 뒤 3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식으로 홍 변호사가 소득을 탈루한 사건이 62건에 달한다고 검찰은 말했다.

검찰은 이날 홍 변호사를 기소하면서, 검찰의 정 대표 비호(庇護) 의혹 등에 대한 수사 결과도 공개했다. 조사 결과는 한마디로 검사들이 홍 변호사에게 전관예우를 한 적이 없고 로비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검찰, 홍만표는 '실패한 로비'... 수사 사실상 마무리?]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누구?]

이번 사건에선 검찰이 지난해 정 대표의 상습 도박 사건 수사 때 정 대표의 도박액이 100억원을 넘는데도 회사 자금 횡령 혐의는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횡령 수사 단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시기 도박으로 처벌받은 다른 사람들도 횡령으로 처벌 안 했고 홍 변호사도 횡령 수사를 말아달라는 청탁은 한 적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달 140억원에 달하는 정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를 밝혀내 그를 재구속했다. 당시엔 찾을 수 없던 범죄 단서와 혐의를 이번엔 찾아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선 검찰이 정 대표의 구형량을 '3년'(1심)에서 '2년 6개월'(2심)로 깎아준 부분과 정 대표의 보석 청구에 대해 '재판부 판단에 맡긴다'는 의견을 낸 부분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도 있었다. 검찰은 "정 대표가 도박 퇴치 자금으로 2억원을 기부하고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수사에 협조를 했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정 대표의 도박 사건을 수사한 부장검사는 최유정(구속 기소) 변호사를 두 번 만나 '보석' 등과 관련한 청탁을 받았고, 정 대표가 법원에 보석을 청구하기도 전에 미리 '재판부 판단에 맡긴다'는 의견을 정해 후임 검사에게 통보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또 지난해 홍 변호사가 당시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를 두 차례 찾아갔고 두 사람이 20여 차례 통화했지만 해당 고위 관계자가 "정 대표를 구속할 것"이라며 '싸늘하게' 거절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전관예우나 로비가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 출신 변호사는 "홍 변호사의 로비도 통하지 않고 전관예우도 못 받았다면 그가 변호사로 매년 100억원씩 벌어들인 사실은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솔직히 당사자들이 부인할 게 처음부터 뻔했고, 어느 정도 예견된 결론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