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노장보다는 젊은이가 평균적으로 세다. 그렇다면 여성과 노장 두 그룹 중에는 어느 쪽이 더 강할까. 지지옥션배는 2007년 그 의문을 풀겠다는 목표 아래 출범했다. 양 팀서 12명씩 나와 최종 생존자를 가리는 연승전 방식을 택했고, 남성 노장(시니어) 팀의 하한 연령은 만 45세로 설정했다.
지지옥션배를 9년간 치르면서 의문이 풀렸다. 여성 팀 기준 5승 4패, 총승수 96승 91패로 외견상 접전이 계속됐지만, 최근 2년간 여성 팀이 연속 12대6의 더블 스코어로 대승하면서 더 이상 대결이 무의미해졌다. 시니어 측의 급격한 붕괴가 원인이었다. 해가 갈수록 젊은 여성 기사들의 기량이 만개하는 반면 시니어 쪽의 노쇠가 가속됐다. 성별보다 나이 핸디캡이 더 크다는 게 밝혀진 것.
주최 측은 10회째를 맞은 올해 시니어 팀의 하한 연령을 45세에서 40세로 무려 다섯 살이나 낮춰 균형을 맞추기로 했다. 그러곤 이창호(41)에게 랭킹 시드를 부여, 시니어 팀에 '천군만마'를 안겨주었다. 여기에 만 40~50세 사이(A그룹)에서 3명을 영입한다. 해당 연령대 예선전엔 10명이 출전, 김영환(46)·김찬우(44)·이상훈(41)이 선발됐다. 랭킹 시드 2위로 무혈입성한 유창혁(50)을 포함하면 A그룹 기사는 총 5명이나 된다.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되면서 시니어 팀은 조훈현의 국회 입성으로 생긴 전력 공백을 웬만큼 메울 것으로 기대된다(조 9단은 지지옥션배서 통산 23승 6패를 기록했다). 51세 이상의 B그룹 기사들에게도 5장을 배정, 대회 개념을 계승한다. 46명이 참가한 B그룹 예선은 24일 끝난다. 랭킹 시드 3위 서봉수(63), 후원사 추천 시드로 5년 만에 컴백하는 양재호(53) 등 자동 출전자를 포함하면 5060세대 선수는 총 7명이다.
신사 팀이 북새통인 것과 대조적으로 숙녀 팀은 조용하면서도 여유가 넘친다. 연령별 구분도 필요 없는 데다 유망 신인이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 지난해 5명이나 남겨놓고 2연패(連覇)를 달성한 직후 "내년에 이창호 사범님 포함해도 문제없어요"라고 장담했던 여성 팀이다. 올해는 랭킹 시드로 최정·오유진·박지은이, 후원사 추천 몫으로 김혜민이 확정됐으며 남은 티켓 8장을 놓고 예선전이 한창 진행 중이다.
남성 팀으로선 2년 연속 참패로 대회 이름마저 '여성 대 시니어'에서 '신사 대 숙녀'로 바뀐 마당이어서 부담이 더 크다. "나까지 오기 전 선배님들이 끝내주면 좋겠다"는 게 '신참' 이창호의 바람. 대회 후원자 강명주 지지옥션 회장은 "이창호와 최정이 우승을 놓고 마지막 판에서 겨루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이 대회 승리 팀 상금은 1억2000만원이지만 패한 팀에는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다. 본선 개막전은 내달 11일 경주 지지호텔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