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0일 원내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새누리당은 나눠 먹을 파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해왔고 분배 문제는 정책 후순위로 미뤘다"며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분배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위 10%'가 소득의 50%를 가져가고 있다며, 그 10%에 속하는 사람들로 대기업 오너와 경영진, 의사와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대기업과 공공 부문 정규직 근로자를 들었다. 재벌에 대해서는 편법 상속을 막아야 한다며 롯데그룹과 한진해운·현대상선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특히 한진·현대에 대해 "타계한 총수들의 부인이 관리한 이 회사를 전문경영인이 맡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다. 노동시장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대해서도 그들의 양보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들은 "구체적 해법이 없어 실망스럽다"면서도 정 원내대표의 현실 인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더민주당 대변인은 "여권 내에서 금기어로 되어 있던 분배, 재벌 문제 등을 언급한 것은 진전"이라고 했다. 우리 정치는 똑같은 문제를 놓고서도 여야로 갈려 정반대 얘기만 해왔다. 조금씩만 물러서면 해결할 수 있는 일조차도 싸움하느라 상황을 더 꼬이게 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점점 심각해지고 삶의 질과 관련된 지표도 나빠져 온 게 사실이다. 지난 총선에서 3당 체제가 구축된 것은 제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개선해 달라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갈린 노동시장 양극화다. 대기업 정규직에 비해 30~40%밖에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나 하도급 기업 근로자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고서는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가 없다. 구의역 사건이 우리 사회의 이런 부조리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비정규직과 양극화 문제는 이제 특정 정파가 아니라 전 사회적 관점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때가 됐다. 새누리당이 이 일에 나서면 오히려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런 문제가 있다고 지적만 할 게 아니라 앞으로 여러 다양한 집단과 야당들의 의견까지 들어가며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나라 정치가 한 단계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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