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현행 최고위원체제를 폐지하고 당 대표 권한을 강화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8월 9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하고 그중에 최다 득표자가 대표가 되는 방식이었다.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당헌(黨憲) 개정안에 뜻을 모으고 의원총회 등을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권성동 사무총장이 밝혔다. 새누리당이 지난 2004년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폐지하고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한 지 12년 만에 과거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이전보다 권한이 강화되는 차기 당 대표는 최고위원과 분리해 별도 선거를 하기로 했다. 더욱이 비대위가 이날 대선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대선 1년 6개월 전부터는 당 대표 등을 맡을 수 없게 한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여권 내 대선 주자들의 당 대표 경선 출마는 어려워졌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 역시 당 복귀를 하더라도 대선 후보 쪽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이에 따라 친박(親朴)계 핵심 최경환 의원이 나설 경우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희옥(왼쪽)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광림(가운데)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의 얘기를 듣고 있다. 김 위원장은“전당대회 날짜도 정해졌고 비대위도 속도를 내기로 한 만큼 오늘은 정기 회의가 아닌 수시 회의를 열어 당 지도 체제 개편 등 혁신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은 누구?]

혁신비대위가 이날 가닥을 잡은 새 지도체제의 핵심은 당 대표 권한 강화다. 현행 체제에선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를 한 당 대표가 주요 당무 의결 과정에서 나머지 최고위원과 마찬가지로 1표의 의결권만 갖는다. 이 때문에 다수의 최고위원이 반대할 경우 당 대표가 자기 뜻대로 주요 당직자 한 명 임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차기 당 대표는 '주요 당직자의 임명권과 당무 통할(統轄)권'을 갖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당 대표는 다른 최고위원과 협의는 하되, 의결을 거치지 않고도 사무총장 등 당직자를 임명하고 당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다수의 친박 최고위원들 반대에 가로막혀 '관리형 대표'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은 김무성 전 대표 때보다 상당히 권한이 세지면서 당내 차기 대선구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는 대의원 1인당 1표제로 뽑고, 최고위원은 1인당 2표제의 별도 투표를 통해 선출한다.

친박계에선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5선의 이주영, 4선의 홍문종, 3선의 이정현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친박계가 당내 압도적 다수파인 만큼 경선에서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또 이번 개정이 이뤄질 경우 친박에선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를 분리해서 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 친박 인사는 "최 의원이 당 대표에, 다른 친박 의원들이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식으로 교통정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이주영 의원 측은 "무조건 당 대표 후보를 최 의원으로 단일화하자는 것이라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비박계에선 5선의 정병국 의원이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3선의 이종구, 김성태 의원 등도 출마를 고민 중이다. 하지만 이들로는 친박계에 밀리는 세(勢)를 극복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비박계 일각에선 당 대표 권한 강화를 전제로 대선주자급 인사를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비대위가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손대지 않기로 해 이 구상은 실현되기 어려워졌다. 한 비박계 의원은 "비박계에서도 당 대표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친박계에게 당권을 갖다 바친 꼴이 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