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놓고 부산과 대구·경북·울산·경남 간 지역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자체에 지역 언론·정치권까지 가세한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다.
14일 부산에서는 퇴근 시간에 맞춰 '가덕신공항 유치, 범(汎)시민 궐기대회'가 도심 한가운데서 열렸다. 시민단체들이 주최한 이 행사에는 부산의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에 앞서 이날 오후 대구·울산시장과 경남·북 지사는 경남 밀양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긴급 호소문'이라는 이름으로 부산 정치권이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양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신공항이 재추진되면서 과열 경쟁을 하지 말자고 철석같이 약속했었다. 그러나 입지 선정 용역 결과 발표가 이달 하순으로 다가오면서 5년 전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합의는 깨지고 감정은 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미 한쪽에서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 불복하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공항 조성에만 5조~6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100% 국비(國費) 사업이다. 공항 연결 교통망 구축 등에도 적지 않은 추가 예산이 들어간다. 지자체로서는 10년 가까운 건설 기간에 건설 경기 활성화, 일자리 확대 등의 경제적 이득을 가만히 앉아서 취할 수 있다. 이렇게 보상(補償)이 큰 만큼 유치 경쟁이 과열되는 것이다.
그러나 후보 지자체들은 신공항 사업을 놓고 지역 주민들을 들쑤셔 정부를 압박하는 것 외에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일단 유치에 성공하면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황금알'이 떨어질 것이라고만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지가 결정되면 제주 해군기지 건설 때처럼 주민들의 이주(移住) 문제가 공사 진행에 중요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지자체들은 환경 보전 대책도 중앙정부에 다 떠넘기고 발을 뻗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지자체들의 이런 무책임한 행태를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신공항을 원하는 지자체들은 이제라도 지역민 선동을 그만두고 자신들이 신공항 건설에 얼마큼 돈을 부담하고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부지 조성, 도로 건설에 얼마큼 예산을 투입하고 주민 이주 대책을 어떻게 순조롭게 추진할 것인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가 신공항과 함께 혐오 시설을 받으라고 하면 기꺼이 수용할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정부도 여객 수요와 접근성 등 경제적·기술적 평가 외에 지자체가 내놓은 기여 약속을 평가 항목에 추가해야 한다. 이런 약속을 미리 받지 않고서 사업을 진행하면 결국 세금 낭비만 커질 것이다. 지금 분위기에선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입지 선정 용역 결과 발표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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