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에 물렸을 땐 숟가락을 뜨겁게 데워 물린 자리에 대 주는 게 좋아요. 모기 독(毒)이 포름산(酸) 성분인데, 포름산은 48도 이상에서 분해되거든요." "모기 물린 데는 얼음찜질이 정답이에요. 피부를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가려움증을 줄여줘요."

여름철 모기가 급증하면서 풍문으로 도는 모기 민간요법도 다종다양해지고 있다. 모기 물린 데를 뜨겁게, 혹은 차갑게 하라는 것부터 비누칠을 하라, 희석한 식초나 라벤더 오일을 바르라는 등 10가지가 넘는다. 바나나 껍질 안쪽을 환부에 문지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과학적으로는 이들 대부분이 근거 없거나 미약하다고 곤충학자와 의사·한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그중 일부는 잠깐 붓는 것으로 끝날 일을 몇 주간 지속되는 염증으로 발전시킬 위험도 있다.

촛농 안 되고 얼음찜질 OK

모기 요법 내용 중 가장 대표적인 미신은 '모기 침에 포름산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름산이 있다는 전제하에 그걸 분해하려면 뜨거운 촛농을 떨어뜨리거나 산을 중화하기 위해 알칼리성인 비눗물로 닦으라는 주문이 나온다. 모기 전문 연구가인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곤충학 전공)는 "30년 넘게 모기 연구를 했지만 모기 침 성분 중 포름산이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라며 "포름산은 모기가 아닌 개미 독이나 벌 독에 함유된 성분"이라고 말했다.

모기 침엔 단백질 성분 효소가 20여 가지 들어 있고, 암모기가 긴 주둥이로 흡혈할 때 항응고·마취 효과가 있는 이 효소들을 사람 혈관 속에 흘려 넣으면 인체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그 주변이 붓고 가려워진다.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은 "물론 단백질도 고열을 받으면 변형되지만 그 정도 열이면 역시 단백질 성분인 사람의 피부가 먼저 다칠 것"이라며 "촛농을 떨어뜨리는 건 화상과 2차 감염 위험까지 있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의료인과 과학자 모두가 설득력 있다고 본 요법은 얼음찜질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피부가 얼얼해져 가려움증이 덜하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김유찬 아주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가 가려운 건 우리 혈액 속 백혈구가 외부 단백질에 반응해 분비하는 히스타민 때문"이라며 "피부 온도가 내려가면 모세혈관이 수축해 백혈구의 이동이 둔해지는데 그에 따라 히스타민의 분비 범위도 축소된다"라고 설명했다. 이광현 송도단비한의원 원장은 "얼음찜질을 하거나 휘발성이 강한 박하 약재를 발라 주면 피부의 열독(熱毒)이 빠져나가 부기가 진정되고 가려움증도 잦아든다"고 말했다.

반대로 대부분 의료인이 듣고 고개를 가로젓는 민간요법으로는 원시적인 '침 바르기''긁어서 피내기' '손톱 끝으로 눌러 십(十)자 모양 내기' 등이 있었다. 피부에 바른 침은 증발하며 열을 식힐 수 있을진 몰라도 그 속의 세균이 또 다른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톱 끝으로 누르거나 피를 내는 것은 모두 아픔을 일으켜 가려움을 잊겠다는 전략인데,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뿐이라고 했다.

"부항으로 나쁜 기운 뽑아낼 수도"

피부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라벤더·시트로넬라 등 각종 허브 물질에 대해서는 양방과 한방의 의견이 달랐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대부분 그런 대체의약품보다는 가려움증을 완화시키는 항히스타민제나 염증을 줄여주는 스테로이드 제제가 직접적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김기훈 마포함소아한의원 원장은 "허브 오일이나 레몬 등이 피부 염증을 진정시키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와 더불어 몸의 열을 내려주는 지초(芝草)·금은화(金銀花)·연교(連翹) 등을 함유한 한방 연고를 발라주면 금방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희석된 식초나 바나나 껍질에 대해선 대부분 그 효능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편 모기 물린 자리에 부항을 뜨면 금방 가라앉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박선진(62)씨는 "이 방법으로 자식과 손녀까지 모기 가려움증이 하루 이상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한의사들은 동의했다. 이광현 한의사는 "모기 물려 부은 것도 표사(表邪·인체 표면의 나쁜 기운)의 일종인데, 보통 표사는 인체 밖으로 빼는 것이 정석이므로 부항으로 빨아내는 것이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아의 경우 과도한 부항 치료는 쇼크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사들은 이에 대해 "이미 체내로 흡수된 모기의 효소를 어떻게 다시 빼낼 수 있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대체로 부정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