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유진 기자] '아가씨'의 주인공 김태리가 연기를 처음 접한 계기는 대학교 때 들어간 연극 동아리에서였다.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그는 신입생 때 연극 동아리 부원 모집을 보고 들어갔고, 이후 연극의 매력에 빠져 졸업 후에도 극단에 들어가 연기에 매진했다.

예쁘고 똑똑한 딸이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는 길을 걷는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을까? 다행히 부모님은 하고 싶은 일을 지지해주는 편이었지만, 딱 한 번 일가친척이 모두 모여 반대를 한 적이 있었다. 연극 동아리에 한창 푹 빠져 있을 때였다.

"대학 다닐 때 엄마는 별말 안 했는데 다른 친척들이 싹 다 불러 모아서 저를 앉혀놓고 '동아리 때려치우라'고 그러셨어요. 그때 '저 동아리 나가면 대학교에 친구 없다'고 핑계를 대고 안 나갔었죠. 그럴 때 한 번 가족들의 그런 벽을 한 번 느낀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극단에서 공연할 때, 가족들이 왔는데, 강경하게 연극을 하지 말라고 했었던 사촌 언니가 '미안하다'고, '너무 보기 좋다'고, '앞으로 잘 해보라'고 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 다음부터는 모두 너무 응원해주셨어요."

가족들은 할머니와 외할머니까지 모두 '아가씨'를 관람하기 위해 VIP 시사회에 참석했다.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연세가 많은 외할머니가 행여 김태리의 연기를 보고 충격을 받으실까봐 친척들이 미리 청심환을 준비해 드렸다는 것. 김태리는 "그 덕분인지 멀쩡히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손녀니까 보러 오셨겠죠? 지금은 많이 보여드리려고 하는데, 티켓도 끊어드리고 하는데, 아직 많이 영화를 접하지 않으셨고, 드라마가 친숙해서 그런 지 이야기를 보는 데 힘겨워하시긴 해요. 손녀 보는 재미로 보셨죠. (웃음)"

김태리라는 이름은 본명이다. '태'는 집안의 돌림자고 '리'는 배 리자라고.

"제가 4월생인데 저희 동네가 전부 다 배밭이었어요. 제가 태어날 때 배꽃이 만개했대요. 엄마는 다른 이름을 하고 싶었는데 신청하는 길에 아빠 멋대로 '김태리'라고 이름을 신청한 거예요. 원래는 '태정'이라고 했야 했대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태리라서 다행이에요."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는 하나가 더 있다. 앞서 '아가씨' 합류 소식이 전해진 후 동명이인으로 인해 엉뚱한 소문이 퍼져나간 것. '인천여고 얼짱' 출신이라는 '설'이 바로 그것이다. 김태리는 전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했다.

"저는 인천여고가 아닙니다. 그거 저 아니에요. (웃음) 제가 알기로는 지식인에 제 이름이셨던 분이 있는 것 같은데 나이도 다를 걸요?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인터뷰 지에 질문을 미리 주시는데, 거기에 인천여고 얼짱이었던데, 하고 질문이 올라와 있어요. 그때마다 아니라고 해명을 하죠."

김태리는 정작 학창 시절의 자신은 수더분한 스타일이었다고 했다. "놀지도 못했고, 서울 토박이인데 대학교 때까지 카페도 한 번 못 가 본 '서울 촌년'"이었다고.

연극이 좋아 시작한 연기는 결국 김태리에게 지금 박찬욱이라는 대가를 만나 영화배우로 데뷔하는 꿈 같은 기회를 줬다. 연극을 시작한 신입생 때부터 박찬욱 감독을 만나기까지 6년. 데뷔작의 무게나 기운이 엄청난 만큼,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 없다. 특히 경력이 전무한 김태리의 경우는 두 번째 작품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다행히 김태리는 큰 부담을 갖기 보다, 앞으로의 자신에게 다가오는 일들에 적응을 해 가겠다고 했다.

"좋은 작품들을 만나고 싶어요. 앞으로 계속, 제가 이걸 했다고, 큰 작품이라고, 주연이라고, 내가 뭔가 큰 한 걸음을 걸은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뭘 하든 작은 계단을 올라간 거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하나씩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유쾌하고 영리한 이 '아가씨'의 미래는 밝아 보였다. /eujenej@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