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代) 국회도 결국 법정 개원일인 7일에 문을 열지 못했다. 여야 3당(黨)은 국회의장을 누가 맡아야 하는지를 두고 이날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상임위원장을 포함한 원(院) 구성 협상이 '진도'를 나가려면 국회의장 자리에 대한 타협이 이뤄져야 하는데 각 당의 계산이 복잡하다.
국민의당은 이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를 한 명씩 내고 이 중 한 명을 의원들 자유투표로 뽑자"고 했다. 더민주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회의장 선출은 여야 합의로 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언뜻 보기엔 국민의당이 같은 야권인 더민주 손을 들어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일각에선 "막상 새누리당과 더민주 후보 1명씩을 놓고 표결해보면 결과는 예측 불가"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새누리당의 유력 후보인 서청원 의원 측은 지도부 방침과 달리 "표결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태도이다. "국회의장 자리 때문에 원 구성이 늦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더민주는 국회의장을 자유투표로 선출하게 되면 '제1당'인 자기들이 이길 것이라 보고 있다. 국민의당(38석)이 같은 야당인 더민주(123석) 후보를 지지하고 여기에 더해 정의당(6석)과 야권(野圈) 성향 무소속 의원 4명까지 가세하면 야권 전체 의석은 171석이나 돼 여유 있게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국회의장'에 표를 던지기는 어렵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더민주의 이런 계산법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은 여당이 하는 게 관례"라는 주장을 고수한 것도 표 대결로 가면 불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지지 없이는 친여(親與) 무소속 의원 7명이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다 해도 129석밖에 안 된다.
그러나 국민의당 표심을 간단하게 보면 안 된다는 분석도 많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가 더민주 측 의장 후보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의장 투표는 인사(人事)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무기명으로 진행된다.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 알 수가 없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더민주 국회의장 후보 중 한 명인) 문희상 의원은 친노라서 국회의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하기도 했다. 더민주 자체에서도 내부 구도로 볼 때 특정 후보에게 표를 다 몰아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후보 경선에서 진 쪽이 표를 몰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더민주에서도 "결과를 낙관해선 안 된다"는 경계론을 펴는 사람이 적잖다. 김현미 의원은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여권 역시 입장이 통일돼 있지 않다. 서청원 의원 측에서 "표결로라도 빨리 결론짓자"고 하는 데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표결은 안 된다. 새누리당이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자리를 고집하는 걸 놓고 "청와대가 의장 자리를 사수하라고 지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 의원 측에선 "8선(選)까지 지낸 입장에서 의장 자리를 욕심내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방관할 수 없다"며 금명간 본인의 입장을 밝힐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