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보〉(69~80)=김명훈은 전형적인 수재형 얼굴이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최고의 청년 과학자를 연상시킨다. 안경 너머로 발사하는 안광(眼光)에 넘치는 재주와 총명한 기운이 듬뿍 담겨 있다. 반상에서도 힘이 넘치고 수 읽기가 뛰어난 바둑을 둔다. 전투적 기풍도 매력이다. 기세에 따라 다소의 기복을 보이는 게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앞으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그는 이제 고작 19세다.
백이 △로 뛴 장면. 이 탄력 넘치는 추격에 흑은 잠시 생각하더니 69로 붙여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배짱의 강수다. 보통은 '가'지만 백 '나'가 너무 아프다고 본 것. 백도 밀릴 수 없다는 듯 72, 74로 나가 끊었고 77까지 필연의 수순이 놓였다. 쌍방 돌들이 엉키면서 중원 일대가 승패에 직결될 주요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10분 만에 둔 80의 한 칸 뜀이 '수재' 김명훈을 확인시켜 주는 멋진 한 수. 참고도를 보자. 누구나 백 1로 느는 수를 떠올릴 것이다. 그것은 이후 18까지가 예상되는데, 백으로선 흑이 중원을 장악한 참고도와 비교하면 실전 진행이 월등하다. 빠르게 두어가던 류시의 손이 멈췄다. 사방에 노출된 약점을 어떻게 견뎌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