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치러진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

이달 말 취임을 앞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이 마약상은 물론 부패 경찰관도 죽이겠다고 선언했다.

5일 ABS-CBN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당선인은 전날 밤 자신이 시장으로 재직하는 다바오 시에서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선 축하 행사에서 '피비린내는 범죄와의 전쟁'을 다시 한 번 맹세하며 이같이 말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며 "마약 매매에 연루된 경찰관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고위 경찰 간부 3명을 거론하며 그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름을 공개해 굴욕을 당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시민들에게 범죄와의 전쟁에 힘을 보태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일반 시민도 범죄 용의자를 붙잡아 경찰서로 데려와야 한다"며 "용의자가 무장하고 저항한다면 총을 쏴라, 그러면 메달을 주겠다"고 했다.

대선 기간에 폭언과 여성 비하 발언 등 위험수위의 발언을 연일 쏟아내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린 두테르테 당선인은 취임 6개월 이내 범죄 근절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는 마약상이 저항하면 사살하라며 경찰관과 군인에게 300만 페소(7644만 원)의 포상금을 내걸었으며, 강력 범죄에 대한 사형제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그는 최근 부패한 언론인은 암살당해도 괜찮다는 뜻의 발언에 대해 국내외 언론단체가 비판하며 취재 거부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자 "내가 보이콧하겠다"며 앞으로 기자회견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그는 인터뷰나 보도자료 배포는 당분간 국영 언론사를 통해서만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지난 5월 말 기자회견 때 내각 구성에 대해 질문을 하는 방송사 여기자에게 "내 관심을 끌려고 한다"며 휘파람을 불어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지만,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사과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