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왼쪽), 마리즈 우말리.

잇단 막말로 논란을 일으킨 로드리고 두테르테(71)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에는 여기자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2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당선인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GMA방송 소속 여기자 마리즈 우말리(37)가 내각 구성에 대한 견해를 묻자 "당신은 정말로 내 관심을 끌고 싶은 것 같다"며 휘파람을 불었다. 우말리가 재차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두테르테 당선인은 세레나데를 흥얼대며 능청을 떨었다. 그는 '언론인 암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부패에 물든 개XX 같은 언론인이라면 죽어도 싸다"며 적대적 언론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말리는 기자회견 이후 "그것은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했다. 우말리의 남편이자 같은 방송사 기자인 라피 티마(41)는 페이스북에 "두테르테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면서 "어떤 농담은 재미있고 웃기지만 여성을 조롱하는 건 그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공개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두테르테는 "나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반응이다. "내 기사를 다루지 않아도 상관없다. 날 건드리지 마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두테르테의 성희롱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그는 선거 유세 현장에서 "아내 외에 여러 명의 애인이 있다"고 자랑했고, "비아그라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를 가리켜 "내가 먼저 (성폭행)했어야 했다"고 농담한 것은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