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74)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으로부터 면세점 입점(入店) 로비와 함께 20억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이 대주주인 S사 및 자택을 압수 수색했으며, 신 이사장과 그의 장남을 출국 금지 조치했다.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국내 1위 유통 재벌의 오너 일가를 둘러싸고 이런 비리 사건이 불거졌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신 이사장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롯데 오너가(家)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내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불거진 유통 분야 비리는 주로 월급쟁이 사장이나 임직원 소행이었다. 반면 신 이사장은 재계 5위 재벌가의 장녀다. 그는 롯데쇼핑 사장과 호텔롯데 면세점 부문 사장을 지내면서 한때 유통업계의 대모(代母)로도 불렸다. 2012년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면세점 사업을 하는 호텔롯데의 등기이사직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굴지의 유통 재벌 오너 패밀리가 직접 납품 비리에 관여됐다는 의혹을 받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면세점이나 백화점·쇼핑몰 같은 유통업체는 납품업체에 대해 '수퍼갑' 지위에 있다. 납품업체로선 어느 자리에 입점하느냐에 명운이 달려있기 때문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 과정에서 뒷돈이 오가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불거지곤 했다. 2년 전엔 롯데홈쇼핑의 전·현직 사장과 임직원들이 납품업체들로부터 2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기 때문에 입점 로비도 더욱 치열했을 것이다.

검찰은 압수 수색 과정에서 신 이사장의 장남이 소유한 회사가 서버를 교체하고 관련 문서를 파기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앤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 그래도 롯데그룹은 계열사인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신청서 기재 누락으로 6개월 프라임타임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아 신뢰성에 상처를 입었다. 근신하면서 국민의 용서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증거까지 인멸하면서 스스로 사태를 더 악화시켜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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