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재킷은 한복 태국의 에리야 쭈타누깐이 30일 국내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한복 우승 재킷’을 입고, 수공예 타일 트로피를 든 모습.

30일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에서 태국의 에리야 쭈타누깐(21)이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가 열린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의 트래비스 포인트 컨트리클럽은 여자 대회 중에서는 긴 코스인 파72에 전장 6709야드(6134m)로 대회 전부터 "장타자가 유리할 것"이라 전망됐었다. 드라이버 샷으로 290야드 이상을 치는 LPGA 투어 최장타자인 쭈타누깐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쭈타누깐은 4라운드 내내 드라이버를 단 한 번도 잡지 않았다. 3번 우드,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그런데도 드라이버로 티샷을 한 다른 선수들보다 대부분 공이 멀리 나갔다. 410야드(374m)짜리 파4 홀에서 2번 아이언으로 티샷했는데 홀컵까지 94야드(85m)를 남기기도 했다. 쭈타누깐에게 5타 뒤진 10언더파 278타로 2위를 차지한 크리스티나 김(미국)은 "우리 세대에 쭈타누깐 같은 선수는 없었다"며 "그가 공에 힘을 싣는 방식을 보면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효주가 공동 6위(7언더파), 전인지가 공동 11위(5언더파)였다.

이 대회 우승으로 쭈타누깐은 지난 9일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서 L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세 대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3개 대회 연속 우승 기록은 2013년 박인비 이후 처음이고, 첫 우승을 포함해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쭈타누깐이 처음이다. 올 시즌 3승 고지에 가장 먼저 오른 쭈타누깐은 올해 88만2820달러(약 10억5000만원)를 벌어들여 상금 순위에서 리디아 고에 이어 2위가 됐다.

이날 4라운드에서 쭈타누깐은 쇼트 게임과 퍼트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그린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프로치 샷으로 공을 홀 가까이 붙이고 나서 퍼트 한 번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 라운드당 퍼트 수가 28.5회였다. 리디아 고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지난해 평균 퍼트 수는 29.38이었다.

골프용품점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5세 때 골프를 처음 배운 쭈타누깐은 일찍이 '천재'로 통했다. 11세 때는 역대 최연소로 LPGA 투어 대회에 출전(2007년 혼다 LPGA 타일랜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쭈타누깐은 우승 문턱에서 숱하게 미끄러지며 국내 골프 팬들 사이에서 '새가슴'으로 불렸다. 최근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하면서는 새가슴이 아닌 '쇠가슴'으로 변한 듯한 모습이다. 쭈타누깐은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4위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7개 대회에서 우승 세 번을 포함해 모두 20위 안에 진입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쭈타누깐의 세계 랭킹은 4주 전 32위에서 10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오는 8월 리우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한국 여자 골퍼들에게 쭈타누깐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