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선이 현직 대통령과 야당 후보의 대결 구도로 펼쳐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고 공격하고,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되면 오바마 정책은 흔적도 없을 것이라고 맞대응하고 있다.

26일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이세시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화당 후보 때문에 외국 정상들이 매우 놀라고 있다"며 "트럼프의 공약이 미국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의 무지함을 드러내거나 트집을 잡고, 언론과 온라인의 관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오바마의 공격에 트럼프는 "(외국 정상) 누군가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트럼프는 노스다코타주(州) 비스마르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많은 나라가 그동안 전적으로 미국을 이용하고 학대해왔다"며 "오바마 본인이 대통령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걸 가지고, 나를 비난하는 식의 발표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과 야당 후보가 이처럼 현안마다 부딪친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대통령이 야당 후보를 외국에서까지 비난한 적은 거의 없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일본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당시 자신을 비판하던 '오바마 후보'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일절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바마는 지난 4월 말 독일에서도 "이민자와 무슬림을 희생양 삼는 정치는 안 된다"고 트럼프를 공격했고, 국내에서는 여러 차례 트럼프의 자질 부족을 거론했다. "대통령직은 리얼리티쇼가 아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오바마가 마치 대통령 후보라도 된 듯 트럼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트럼프 당선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자신이 임기 내 이뤄놓은 업적이 하나도 남지 않겠다는 우려가 크다.

트럼프는 26일 오바마가 세계 정상들과 힘을 모아 지난해 12월 체결한 파리 기후 협정을 취소하고, "유엔 녹색기후기금(GCF)에 우리 세금을 내는 것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또 오바마가 환경오염 때문에 중단하기로 한 캐나다~텍사스 간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바마의 '그린 에너지 정책'을 180도 뒤집어 자신의 외교 독트린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정책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이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보험을 목표로 한 오바마케어를 뒤집는 '트럼프 케어'를 내놓았고, 오바마가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폐기할 뜻도 비쳤다. 오바마가 총기 규제 정책을 펴면, 자신이 대통령이 돼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오바마와는 다른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오바마로서는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다른 대통령들은 임기 말 지지율이 바닥인 경우가 많아 대선에 뛰어들지 못했지만, 오바마는 흑인과 히스패닉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지표도 좋아 민주당 후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면서 트럼프 때리기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런 오바마의 공세를 오히려 반격의 기회로 삼고 있다. 우선 오바마와의 맞대결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존재감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힐러리를 오바마의 아류로 만들어 '민주당 8년 집권 피로증'을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다. 힐러리 당선은 '오바마 3기 정부'라는 식으로 포장해 현 정부에 부정적인 백인 지지자들의 불만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1988년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한 정당이 대통령 선거를 3번 연속 이긴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