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김연경이 없으면 안 된다. 그러나 김연경만 있어도 안 된다."

전문가들은 여자 배구가 40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따려면 세계 최정상급 선수인 김연경에게 쏠린 공격 부담을 나눌 선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4~22일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세계 예선전에서 그 역할을 한 선수는 라이트 김희진(25·67점)과 레프트 박정아(23·57점)였다. 둘은 124점을 합작하며 김연경(135점)을 든든히 뒷받침했다. 이들은 26일 발표된 여자 배구 최종 엔트리 12명에 포함돼 리우로 가게 됐다.

“재미난 표정을 지어달라”고 주문하자 김희진(왼쪽)은 자연스럽게 자세를 취했지만 박정아는 쑥스러운 듯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더니“딱 한 번만 망가질게요”라며 네트를 뒤집어쓰고 합장했다.‘ 엉뚱 소녀’박정아의 포즈에 김희진도 웃음이 터졌다.

이번 예선전에서 서브 에이스 9개를 기록하며 서브 부문 1위를 차지한 김희진은 "내 서브가 좀 더러운 편이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15~2016시즌 정규리그 서브 1위에도 오른 그는 수평으로 날아오다가 마지막에 뚝 떨어지는 서브가 주특기다. 그는 "올림픽 본선에서도 강팀을 흔들 수 있는 강력한 서브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희진은 팬들 사이에서 '희진이형'으로 불린다. 큰 키(185㎝)에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탓에 공중화장실에선 그를 남자로 착각한 여자들이 비명을 지른 적도 많다. 배구팬들은 농담 삼아 김희진을 남자부 문성민, 김요한과 더불어 'V-리그 3대 미남'으로 꼽는다. 김희진은 "동료들이 계속 머리를 길러 보라고 하는데 짧은 머리가 편하다"며 "남자 같다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젠 아무렇지 않다"고 말했다.

예선 직전까지 박정아의 별명은 '반정아'였다. 키가 크고 공격도 좋지만 수비가 불안한 탓이다. 네덜란드전에 선발로 출전한 그는 타점 높은 공격과 안정된 리시브를 과시하며 '반쪽짜리 선수'의 오명을 씻어냈다. 박정아의 또 다른 약점은 '방송 인터뷰'다. 시즌 중에는 경기 직후 생방송 인터뷰에서 혼잣말로 "아, 나 못 하겠다"거나 승리 비결을 묻는 말에 "감독님이 오늘 게임 지면 죽는다고 하셔서…"라고 답해 '엉뚱 소녀'라는 별명이 붙었다.

김희진과 박정아는 소속팀 IBK기업은행에도 없어선 안 될 존재다. 2011년 8월 창단한 기업은행의 입단 동기생인 둘은 변변한 스타 선수 하나 없던 팀을 창단 5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 3회, 챔피언전 우승 2회로 이끈 '개국 공신'이다.

이들은 대표팀 주장 김연경에 대해 "언니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정아는 "저는 고작 저한테 들어오는 공을 처리하기에 정신이 없는데 김연경 언니는 시야가 워낙 넓어 코트 전체의 흐름을 읽을 줄 안다"고 했다.

올림픽 본선 무대를 처음 밟게 된 박정아는 세계 랭킹 1~3위인 미국, 중국, 브라질을 강적으로 꼽았다. 런던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희진은 "선수들끼리 호흡도 잘 맞고 신구 조화도 잘돼 메달을 기대하셔도 좋다"고 했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27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사를 통해 "한국은 여전히 김연경이 대부분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정철 감독은 김희진·박정아와 같은 훌륭한 지원병을 키워냈다"며 리우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