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목사의 성경. 행간에 깨알 같은 메모가 빽빽하고 표지는 닳아서 종이를 덧대 붙였다.

"개신교인 중에 '말포자', 즉 '말씀 읽기 포기자'가 너무나 많습니다. 무조건 읽으면 시간만 낭비하다가 결국은 또 포기하게 됩니다. 성경 읽기에도 방법이 중요합니다."

최근 '도전! 성경 1000독'(규장출판사)을 펴낸 조상연(53·서울 관악구 죠이교회) 목사는 말했다. 책의 부제는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말씀통독 실전 특강'. 이미 '마스터 말씀 통독'(넥서스크로스·2013) '예스 통독'(두란노·2014) 등을 펴낸 그는 '성경 읽기' 운동을 펴고 있다.

관심도 높다. 그가 CGN TV에서 '왜 성경을 읽어야 할까'를 주제로 한 강연 동영상은 페이스북에서 13만회 이상 재생됐고, '성경 1000독'은 출간 사흘 만에 2쇄 인쇄에 들어갔다. 그만큼 성경 통독(通讀)에 대한 수요는 높다는 뜻이다.

사실 '세계적 베스트셀러'라고 하지만 성경이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통독 결심은 작심삼일이 다반사이다. 조 목사는 "저 역시 그랬다"고 했다. 침례신학대를 졸업하고 1997년 교회를 개척한 그는 목회의 본질에 대한 회의(懷疑)가 찾아올 무렵인 2004년 안식년을 맞아 1년간 호주·뉴질랜드로 떠났다. 낯선 곳에서 그는 성경을 다시 펼쳤다. 10번, 100번을 읽어도 특별히 깨닫는 건 없었다. 그렇지만 읽는 재미가 생겼고 그래서 계속 읽었다. 그렇게 로마서를 1000번쯤 읽던 어느 순간 그는 성경 말씀, 하나님의 생각이 자신을 뚫고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

그는 이 순간을 '바울이 눈을 뜬 것과 같았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그는 성경 읽기를 '눈을 뜨는 작업'이라고 한다. 귀국 후에도 그는 교인들과 함께 성경 읽기를 계속했다. "하루 10시간씩 10년간 성경을 읽다 보니 저절로 책을 쓸 수 있게 되더군요."

‘도전! 성경 1000독’을 펴낸 조상연 목사의 죠이교회는 40명 정도가 앉으면 꽉 찬다. 그러나 그의 성경 읽기 강의에는 매주 150명 이상이 참여한다.

그가 성경을 읽는 방식은 성경 낭독 녹음을 틀어놓고 귀와 눈으로 따라 읽는 것이다. 조 목사는 "읽다가 모르는 부분이 나와도 건너뛰고 계속 읽으라"고 권했다. 특히 연대·지명·인명 같은 것은 그냥 넘어가라고 했다. 흔히 성경을 읽다가 묵상할 구절이 나오면 'QT 모드'로, 이해가 가지 않는 구절이 나오면 '성경 공부 모드'로 바뀌는데, 구체적인 자구(字句)보다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라는 뜻이다.

'콩나물시루' 비유도 든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모두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 같아도 콩나물은 자라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 다만 '초점'은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보물지도에서 중요한 것은 보물이잖아요? 우리는 흔히 성경을 읽으면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을 주신 까닭, 즉 보물보다는 주변의 지형지물에 더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물에 초점을 맞춰야죠." 그래도 읽다 보면 눈길이 멈추는 구절이 나온다. 메모하고 싶은 생각도 떠오른다. 조 목사는 "그럴 땐 메모하면서 성경 낭독 녹음을 흘려보내라"고 말했다. "어차피 평생 읽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또 한 가지, 그가 권하는 성경 읽기 요령은 '로마서'→'바울 서신'→'신약'의 순서다. "로마서는 성경 전체의 초점을 잡아주는 '안경'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로마서와 바울 서신은 구약의 율법적인 내용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적 의미로 전환해준다는 것이다.

성경을 이렇게 거듭해 읽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조 목사는 "'예수 에너지'를 충전해 삶에 적용하기 위해"라고 말한다.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성경을 거듭 읽으면서 내가 아닌 예수로 살고, 예수로 죽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