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작년 주호영 의원 등 당시 새누리당 의원 19명이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제한하기 위해 개정된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의원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한다”며 국회의장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청구 사건에서 각하(却下)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각하란 법적으로 소송 용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내리는 결정이다.
2012년 개정된 국회법 85조 1항은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때 국회의장이 법안 심사 기간을 지정하려면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85조2의 1항은 ‘신속 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재적 의원 과반수 동의,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다.
주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146명은 2014년 12월 9일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북한인권법안 등 11개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청했지만, 정 의장은 국회법 85조1항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한편 당시 나성린 의원 등 기재위 소속 의원 11명은 2015년 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에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신속 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위원장은 기재위 재적위원 과반수(14인)가 서명하지 않았다며 국회법 85조2의 1항에 따라 표결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주 의원 등은 작년 1월 “85조1항의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합의’, 85조2의1항 ‘재적위원 5분의 3이상의 찬성’ 부분이 헌법상 다수결 원리에 반해 위헌이며, 국회의장과 기획재정위원장이 위헌인 국회법 조항을 근거로 거부해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국회법 85조2의 1항과 관련해선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해당 법안은 기재위의 재적위원 과반수 서명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기재위 위원장이 표결을 거부했다고 해서 소속 의원들의 표결권이 직접 침해당할 가능성은 없다”며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을 요구하는 부분이 위헌으로 선언된다고 하더라도, 기재위 위원장이 신속 처리 대상 안건 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법안에 대해 표결을 할 의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위헌 여부가 기재위 위원장의 표결 거부 행위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국회법 85조1항에 대해선 헌재 재판관 9명의 의견이 5(각하)대 2(기각)대 2(인용)으로 갈렸다. 헌재는 “해당 조항의 법안 심사 기간 지정 사유는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권한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뿐, 국회의원의 법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며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합의’ 부분이 위헌이 되더라도, 법률안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은 국회의장 권한으로 ‘직권상정 거부’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어 “헌법의 명문 규정이나 해석상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구가 있는 경우 국회의장이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는 의무는 도출되지 않는다”며 “국회법이 이런 내용을 규정하지 않은 것이 다수결의 원리, 의회민주주의에 반한다고도 볼 수도 없다.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