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신임 총통이 지난 20일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지난 20일 취임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취임 직후부터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대만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친일 노선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움직임도 노골화하고 있다.

차이잉원 정부는 23일 미국 주재 대만대표부의 대표를 주미 대사로 격상시키고, 가오스타이(高碩泰) 전 이탈리아 주재 대만 대표를 신임 대사로 임명했다. 대만은 그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미국 주재 외교장을 대표로 불렀다. 둥리원 대만중앙경찰대 교수는 "대만이 중국 영향권에서 벗어나 하나의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미국과 관계도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펑스콴(馮世寬) 국방부장(장관)은 이날 대만 입법원(국회)에서 "앞으로 대만 주류 여론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입법위원(국회의원)의 질문에 "민의(民意)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차이잉원 정부는 또 '해바라기 운동' 주도자 126명에 대해서도 전원 불기소 방침을 내렸다. '해바라기 운동'은 중국과 대만의 서비스무역협정 체결을 반대해 2014년 입법원을 점거한 시위로, 주도자들은 대부분 대만 독립주의자이다.

집권당인 민진당의 일부 입법위원은 '대만 독립 국민투표'를 추진하기 위해 첫 수순으로, '국민투표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법은 국민투표의 발의·의결 정족수를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공개 석상에서도 '대만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21일 취임 후 첫 공개 회동으로 토미 레멩게사우 팔라우공화국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선 중국이 연상되는 '중화민국 정부' 대신 '대만 정부'라는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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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민혁명충렬사에서 열린 '대만 국부' 쑨원(孫文·1866~1925)에 대한 참배 행사도 6분 만에 끝냈다. 이례적으로 제문(祭文) 낭독과 국가 제창 절차를 뺐다. 전임 마잉주 전 총통은 취임·연임 직후 30분간 쑨원을 참배했다. 대만 연합보는 "대만독립주의자들이 쑨원을 '중국 망명 정부를 이끌고 대만에 온 외부인'이라고 폄하하는데, 차이 총통이 이에 동조해 중국과 거리를 둔 것"이라고 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우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차이잉원 정부는 23일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을 놓고 일본과 갈등을 빚어온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에 파견된 해양경찰 순시선 철수 조치를 내렸다. 정부 대변인은 오키노토리시마를 '암초'로 규정한 전임 마잉주 정부의 입장을 승계하지 않고 "법률상 특정한 입장을 취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중국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최근 대만산 감귤류 과일에 대한 수입 검역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봉황망이 25일 보도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자 사설에서 "대만 새 정부가 은연 중에 독립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며 "중국은 대만 독립세력에 대해 경각심과 교훈을 줄 수 있는 수단이 있다"고 했다. 군사적 대응까지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왕웨이싱(王衛星) 중국 군사과학원 외국군연구부 부장도 관영 신화통신 산하 국제선구도보 기고문에서 "차이잉원은 미혼녀라 국정 운영이 감성적이고 극단적"이라며 "남편이 없어 사랑의 감정을 모르고, 가정을 책임질 부담과 자녀 걱정도 없으니 왜곡된 인성으로 정치하는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아버지가 친일파이자 대만 독립주의자"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왕부장은 중·대만 관계를 관할하는 중국해협양안관계협회 이사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