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처럼 둘러친 한라산을 올려다보며 한라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펼쳐진 소나무숲이 눈을 붙잡는다. 소나무 사이사이에 놓인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산책로를 거니는 여유는 한라도서관만의 매력이다.

한라도서관은 아기자기한 정원 연못과 잔디 광장, 소나무숲이 어우러진 '숲 속의 도서관'이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도서관으로 손색이 없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도서관을 찾는다는 김태식(43)씨는 "어린이 영어책과 제주 출신 작가들의 소설 등 제주 관련 도서가 잘 갖춰져 있는 점이 특히 좋다"며 "도서관 인근에 아트센터, 올레길, 방선문 계곡 등 휴식 공간이 어우러져 가족 나들이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제주 향토 문헌이 한눈에

도서관에 들어서면 '책을 펼치면 꿈이 열립니다' 같은 글귀가 방문객을 반긴다. 도서관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높다란 천장의 일반 자료실이 나온다. 지상 2층 높이까지 탁 트인 자료실 입구 정면에는 제주도 옛 지도가 걸려 있다. 일반 자료실 공간의 절반은 제주문헌실로 꾸며져 있다. 2008년 11월 개관에 맞춰 전국 최초로 지정된 '지역 대표 도서관'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한라도서관의 일반자료실은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높이까지 탁 트인 천장이 시원스럽다. 제주도 향토 자료들이 빼곡한 자료실 창밖으론 잔디광장이 펼쳐져 있다. 도서관 안에 들어서면 절로 책 읽을 맛이 나고, 문밖을 나서면 잠시 산책하며 생각을 가다듬기에 그만이다.

제주문헌실에 비치된 제주 지역 관련 문헌은 총 2만5000여권이다. 도서관 측이 그동안 활발하게 향토 자료 수집 운동을 펼친 결과다. 1702년 조선시대 제주목사 이형상이 한 달에 걸쳐 제주를 순례하며 열었던 행사와 제주 풍속을 담은 화첩 '탐라순력도(보물 제652-6호)' 사본, 1956년 발간된 '제주도지' 제1호 등 제주의 역사와 문화, 관광, 기행 등을 연구할 수 있는 문헌들이 즐비하다. 문헌실 기둥엔 기증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제주 관련 도서 1000권 이상을 기증한 개인(4명)과 단체(1곳)를 위해 별도로 꾸며진 공간도 눈에 띈다. 출입구 근처엔 제주 출신 작가들이 지은 책 1000여권이 모여 있다.

◇제주 유일의 외국 자료실

[아름다운 도서관이 있는 제주도는 어디?]

한라도서관 2층엔 제주 지역 도서관 중 유일한 외국자료실이 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동남아 등의 언어로 된 3만여권의 도서와 시청각 자료가 비치돼 있다. 홍영기 한라도서관장은 "아마존 등 해외 온라인 서점의 신간과 베스트셀러 목록을 참고하고, 이용객들의 신청을 받아 책을 구입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며 "지난해 외국 도서 대출 4만여권(1만3000명) 중 10%를 외국인이 빌려 갔다"고 말했다. '외국 대사관 코너'에선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 등 영어권 8개 국가 대사관이 제공한 문화·경제·관광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영어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제주 영어교육도시에 있는 국제 학교 '노스 런던 컬리지에잇 스쿨(NLCS) 제주' 학생들이 한 달에 두 번 재능 기부로 진행하는 '도서관 영어 친구-영어랑 놀자(Playtime in English)'가 인기다. 도서관 이용객은 원어민과 함께하는 '잉글리시 스피킹 데이(Englsih Speaking Day)' '영어 스토리타임' 등 영어로 듣기·말하기, 영어 노래 배우기, 퀴즈 게임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

◇세계 유명 도서관 소개도

휴게실의 '글로 읽는 도서관 여행' 코너엔 '민족의 독립을 위해 도서관에서 역사를 연구한 단재 신채호' '한국 도서관의 아버지 박봉석' '도서관학의 개척자 멜빌 듀이' '정보학과 도서관 시스템의 선도자 랭커스터' 등 국내외 위인들이 소개되어 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도서관으로 꼽히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도서관,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공 도서관인 뉴욕공공도서관, 유럽 도서관들과 한국 도서관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휴관일은 매주 수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