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미즈캠퍼'… 남편 바쁘니까, 엄마·애들끼리 "사회성 키우기 최고"

#5월 14일 용인시 숲속향기잔디캠핑장

캠핑장 전체를 엄마와 아이들이 접수했다. 그 어디에도 아빠는 없다. 이 수상한 캠핑의 정체는 이달 13~15일 숲속향기잔디캠핑장에서 열린 네이버 미즈캠핑 동호회 '미즈캠퍼'의 정캠(정기 캠핑). 2012년 결성된 미즈캠퍼는 혹서기를 제외하고 한 달에 한 번 정캠을 연다. 지난달 36개 팀이 참가한 데 이어 5월엔 18개 팀이 모였다. 6월엔 40개 팀이 함께할 예정이다. 미즈캠퍼 회원 수는 현재 2300여 명. 하루 평균 2~5명의 신입 회원이 찾아온다. 둘째 날 오전 11시 30분에 시작된 '간식벼룩'은 인기 만점이었다. 엄마들이 젤리, 주스, 빵, 요구르트, 카스텔라 같은 간식을 들고 나와 나무 그늘 아래 좌판을 열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간식의 가격은 50~200원. "두 개에 100원" "떨이요, 떨이" 외치는 엄마들 흥정에 벼룩시장 간식들은 개장한 지 20분도 안 돼 완판됐다. 14개월, 다섯 살 두 아들과 함께 처음 미즈캠퍼 정캠에 참가한 주부 한길아(40)씨는 "재미난 이벤트가 많아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원년 멤버인 권선희(39)씨는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면서부터 미즈캠핑을 시작했다. "첫째가 벌써 6학년 됐는데 여전히 캠핑을 좋아해요. 요즘엔 학원 다녀야 해서, 엄마와 동생이 먼저 캠핑장으로 떠나면 혼자 시외버스를 타고 뒤따라옵니다."

오후 느지막이 진행된 포트럭 파티는 각자 자신 있는 음식 한 가지씩 선보여 나눠 먹는 시간. 스파게티, 떡볶이, 베이컨떡말이, 어묵탕, 닭갈비, 만두튀김, 불고기, 돈가스, 과일 등 다양한 음식이 캠핑 테이블에 올랐다. 아이들 잠든 밤에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장비 구입법, 캠핑 노하우, 육아법에 관한 엄마들의 끝 모를 수다가 이어졌다.

미즈캠퍼 카페지기인 이찬실(40)씨는 "동호회원들은 대부분 남편이 바쁘거나 쉬고 싶어서 캠핑을 못했던 분들"이라며 "정캠에 참가해 캠핑 노하우를 익힌 뒤 마음 맞는 캠우(캠핑 친구)를 사귀어 따로 '하산'(따로 캠핑을 떠나는 것)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캠핑장에는 2~3인용 미니멀 텐트부터 전실을 갖춘 리빙셸 텐트까지 다양한 텐트들이 북적였다. "처음 캠핑할 땐 설치법이 간단한 텐트를 선택하세요. 대형텐트를 욕심내어 들고 왔다가 캠핑 첫날부터 의욕을 상실하는 분들 무척 많답니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집과 가까운 캠핑장을 방문해보는 거예요. 거기서 우리 가족과 맞는 텐트를 눈여겨봤다가 인터넷으로 사용후기를 찾아보신 뒤 구매하세요."

캠핑장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도 많았다. 미즈캠퍼 회원들은 "주말에도 학원 다니는 또래들 생각하면 살짝 불안해지지만, 캠핑장에서 자유롭게 놀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려서인지 아이들이 공부도 더 즐겁게 한다"고 입을 모았다. 캠핑 떠나기 전 주어진 학습량을 완결시키는 것은 기본. 이따금 '엄마 선생님'들의 재능기부 수업이 마련되는 것도 미즈캠핑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캠핑팔찌 만들기, 석고방향제 만들기 같은 수업을 해요. 현직 과학 선생님이 참가해 캠핑장 한가운데서 과학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답니다." 이씨는 "처음 만나는 형, 언니, 동생들과 어울려 사회성을 기르기에 캠핑장은 최고의 장소"라며 "외둥이를 둔 엄마라면 꼭 한번 도전해보라"고 강권했다.

아들 셋과 '장박'하는 김선영씨 "애들이 자연과학 좋아하고 의젓해져"

#5월 14일 강원도 횡성군 라라솔캠핑장&펜션

5월 14일 세 아들을 데리고 라라솔캠핑장&펜션을 찾은 김선영(오른쪽)씨.

김선영(31)씨는 박동주(9)·태주(8)·우주(3) 삼 형제와 함께 캠핑을 다니는 미즈캠퍼다. 횡성군 서원면에 있는 이 캠핑장에선 유명 인사. 올해는 아예 연박권(캠핑장 연간이용권)까지 끊어 한 달에 두세 번꼴로 이곳을 찾는다. “다양한 캠핑장을 찾아다니는 것도 재미있지만, 자주 가는 캠핑장을 베이스캠프처럼 두고 이용하면 안전해요. 구석구석 잘 아는 곳이니 아이들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져도 가슴 덜컹 내려앉을 일 없고요.”

김씨는 여자 혼자서 설치하기에 난이도가 좀 있다는 ‘홀릭 오두막’ 텐트도 뚝딱 세운다. 아기자기한 캠핑 소품으로 텐트를 꾸미는 여유도 부린다. 한겨울 혹한기에도 아들 셋 데리고 ‘장박’(캠핑장에 일정 기간 텐트를 설치해두고 캠핑하는 것)을 했다. “누구는 ‘혹한기 훈련 하냐?’며 웃기도 하지만 겨울 캠핑의 묘미는 해본 사람만 알아요. 요즘엔 캠핑용 전기담요나 전기 히터들이 있어 추위쯤 걱정 없죠. 다만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해요. 캠핑 중 날씨가 급격히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대피할 수 있는 방갈로나 펜션을 갖춘 캠핑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내공 10단쯤 돼 보이지만 김씨가 미즈캠핑 시작한 지는 1년 남짓이다. 이전엔 온 가족이 함께 캠핑을 다녔는데 남편의 주말 근무가 늘면서 미즈캠핑에 도전했다. 우선 미즈캠핑 공부부터 했다. 기존에 쓰던 리빙셸 텐트인 ‘코베아 문리버’ 대신 혼자서도 설치할 수 있고 사계절 사용이 가능한 홀릭 오두막 텐트를 구입해 설치법을 익힌 뒤 실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론은 실전과 다른 법. “미즈캠핑 첫날엔 텐트를 설치할 때 주변 캠퍼들 도움을 받았어요. 비바람이 심한 날에는 텐트 앞에 설치했던 타프(그늘막)가 주저앉아 ‘멘붕’이 됐죠.”

이젠 캠핑 짐을 싸고 정리하는 게 일상이 됐다. 아이가 셋이면 짐도 어마어마할 듯한데 의외로 간소하다. “짐을 줄이려면 수납이 중요해요. 테이블 겸용 수납박스를 쓰면 캠핑 테이블을 안 가지고 다녀도 되고, 음식도 캠핑장에서 바로 조리할 수 있게 손질해 가면 아이스박스가 훨씬 가벼워지죠.”

미즈캠퍼들 뭐 해먹나?

●까르보나라 떡볶이: 마늘과 양파를 채썰어 볶다가 베이컨, 버섯, 브로콜리를넣어 함께 볶는다. 여기에 휘핑크림을 넣고 우유로 농도를 맞춘 다음 떡을 넣고 끓인다. 마지막에 크림스프가루를 넣는 것이 맛내기 포인트. 휘핑크림이 없다면 크림스프가루와 우유만으로도 맛을 낼 수 있다.

●토마토 카프레제: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를 1cm 두께로 모양을 살려 자른 뒤 소금과 후춧가루를 살짝 뿌린 다음 발사믹식초 또는 드레싱(식초 1큰술·올리브유 2큰술·설탕 1작은술·다진양파 1큰술·소금)을 뿌린다. 모차렐라 치즈가 없다면 아이들 간식용 스트링치즈도 좋다.

●꼬마 핫도그: 통통한 비엔나 소시지 가운데에 나무젓가락을 끼우고 밀가루 반죽을 입힌 다음 빵가루가 충분히 묻도록 한번 굴린다. 팬에 식용유를 자박하게 붓고 기름이 끓기 시작하면 반죽을 입힌소시지를 넣고 튀긴다. 노릇하게 익으면 꺼내 식힌 다음 케첩을 뿌려 먹는다.

캠핑 축제 찾는 양정은씨 "딸과 다니기에 안전하고 공연까지 즐겨요"

#4월 30일 여주시 '2016 고아웃캠프' 축제

4월 29일~5월 1일 딸 혜리양, 친구 모녀와 ‘고아웃캠프’를 찾은 양정은(오른쪽)씨.

“사실 집 나오면 고생이죠. 집에 있으면 푹신한 소파에 앉아 TV 보고, 따뜻한 물 펑펑 나오는 욕실에서 샤워하고, 편안한 침대에서 잠잘 테니까요. 하지만 캠핑장에서 부족함, 불편함 느끼며 고생해보는 게 아이와 제가 살아가는 데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지난달 30일 국내 최대 규모의 캠핑 축제 ‘2016 고아웃캠프’에서 만난 양정은(43)씨는 딸 박혜리(9)양과 함께 매년 봄·가을 열리는 캠핑 축제를 찾아다니는 미즈캠퍼다. 3년 전 한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캠핑 축제 이벤트에 당첨돼 참가했는데 “그야말로 신세계”였단다. “거기서 본 캠핑 장비들이 눈에 밟히는 거예요. 하나하나 장만하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미즈캠핑을 떠났죠.” 장비는 캠핑박람회나 아웃도어박람회에서 구입했다. “박람회는 매년 2월 중후반에 열려요. 눈으로 직접 보고 장비 사용법까지 들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 마지막 날엔 세일 상품들이 많이 나와 싼값에 구매할 수 있답니다.”

캠핑 축제를 찾아다니는 이유는 “재미있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나 아웃도어 매거진에서 주최하는 캠핑 축제는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캠퍼들이 모이죠. 그들이 사용하는 각양각색 장비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공연도 즐길 수 있어 재미있고, 저 같은 미즈캠퍼들 만날 수 있어 즐겁고요.” 양씨는 이따금 캠핑 시설을 갖춰놓은 글램핑장이나 카라반을 대여해 이용하고, 여름엔 수영장이 있는 캠핑장을 찾는다. 한번 캠핑할 때마다 드는 비용은 캠핑장 사용료, 축제 입장권, 식재료 구입비 포함해 20만~23만원(4인 2박 3일 기준). 그 비용이면 웬만한 펜션이나 리조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캠핑장으로 향한다. “외동딸인 혜리가 캠핑장에선 친구들을 쉽게 사귀어요. 또 서울 살면서 언제 저렇게 맘껏 뛰어놀겠어요?”

캠핑 축제 정보

●고아웃캠프: 매년 봄·가을 축제 장소를 선정해 열린다. 유명 가수들이 공연을 펼치고 아웃도어 업체들이 마켓부스를 마련해 캠핑 물품을 특가 판매한다. 참가비는 4인 2박 3일 기준 약 10만원. 캠핑 축제 일정은 고아웃코리아 공식 홈페이지(www.facebook.com/GOOUTKOREA)에 공지한다.

●어라운드 캠핑 페스티벌: 아웃도어 매거진 '어라운드'가 주최하는 감성 캠핑 축제. 봄·가을 축제 장소를 선정해 열린다. 어쿠스틱 또는 인디밴드 공연과 별보기 행사 등도 곁들인다. 참가비는 4인 2박 3일 기준 약 10만원. 올봄 축제는 5월 27~29일 어라운드빌리지에서 열리며, 어라운드빌리지 홈페이지(aroundvillage.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