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지도부가 23일 일제히 조선(造船) 산업 구조조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부산·경남을 방문했다. 더민주와 새누리당은 한 시간 간격으로 대우조선 노조 사무실을 찾기도 했다. 각 당은 고용 보장 등 근로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주로 거론했고 인력·설비 감축, 구조조정 재원 마련 등 난제(難題)는 언급을 피했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이날 경남 거제로 내려가 약 두 시간에 걸쳐 대우조선 노조 집행부, 협력사 대표단, 경영진을 차례로 만났다. 김 대표는 대우조선 노조 간담회에서 "근로자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지금까지 오다가 구조조정을 당해야 하는 데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대우조선처럼 1만명 이상 고용하는 업체는 근로자들이 경영 감시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종국에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종국에"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회사 경영에 대한 노조의 관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23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현시한(왼쪽) 노조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노조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도 거론했다. 그는 "경영이 잘못되면 시장 원리에 의해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특히 소유주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다. 김 대표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대주주와 경영진의 주식 지분을 소각하는 방식 등으로 먼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는 이날도 "산업은행은 그동안 자신들이 관리하는 업체에 무작정 자금을 공급했고, 정부가 계속 출자해 적자를 메꾸는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며 "(이런 방식이) 영원히 갈 수는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대우조선 노조를 만난 자리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안타깝게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매우 구체적으로 병행돼야 한다"며 "정부가 신속하게 (대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저희 당이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조선소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체납 세금과 4대 보험료 유예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현장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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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부산상공회의소에서 기업인들과 만나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해야 하고 구조조정은 적절한 전문가를 찾아서 맡겨야 한다"고 했고,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구조조정 대책에) 추경예산이 필요하다면 정부는 속히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사의 '수주 절벽'(일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배를 주문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더민주 김경수 당선자는 "정부가 선박을 발주해서 조선업이 활황(活況)이 될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노조도 구조조정에 협조해야 한다고 언급한 사람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출신인 더민주 최운열 당선자뿐이었다. 최 당선자는 근로 시간 단축이나 임금 구조조정 등을 거론하며 "노사 협의를 통해 인적 구조조정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