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전시장, 80평 드넓은 공간에 불상 두 점에만 빛이 떨어진다. 눈을 지그시 내리감고 생각에 잠긴 두 반가사유상이 10m 간격으로 마주 보고 있다. 우리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과 일본 국보인 나라 주구지(中宮寺) 목조반가사유상. 한국과 일본의 고대 불교 조각을 대표하는 두 반가상이 1400년 만에 처음 한자리에서 만났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 기획전시실에서 24일 개막하는 특별전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은 이 두 점만을 위한 전시다. 국보 78호는 6세기에 제작된 삼국시대 대표 불상이고, 주구지 상은 7세기 아스카 시대를 대표한다. 둘 다 당시 유행한 미륵 신앙을 바탕으로 조성된 명품(名品) 반가사유상이지만 재질과 크기, 세부 묘사 등이 확연히 다르다.
먼저 재질. 국보 78호는 금동으로 주조했다. 화려한 보관과 장신구, 유려하게 흘러내린 천의(天衣) 자락, S자로 주름 잡힌 의자 뒷면의 표현이 돋보인다. 금동을 일정한 두께로 주조할 수 있었던 당시의 최첨단 주조기술이 뛰어난 조형성과 조화를 이뤘다. 반면 주구지 상은 녹나무를 깎아서 만들었다. 11개의 녹나무 조각을 끼워서 맞춘 방식으로 자세히 보면 접합선이 보인다. 주구지 상이 국보 78호보다 어둡게 전시된 것도 재질 차이 때문. 권강미 학예연구사는 "주구지 상은 온·습도에 취약한 목조라서 일본 측에서 100럭스(lux) 이하로 전시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우리 78호는 그보다 약간 더 밝게 전시했다"고 했다.
높이는 주구지 상이 국보 78호의 두 배가 넘는다. 국보 78호는 82㎝, 주구지 상은 167.6㎝. 민병찬 학예연구실장은 "국보 78호가 작지만 선이 경쾌하고 힘이 있는 반면, 주구지 상은 둥글고 부드럽다"며 "주구지 상은 얼굴의 표정이 얼핏 드러나지 않지만 계속 보면 온화한 미소가 보이는 것이 일본인 특유의 성정이 엿보인다"고 했다.
이번 전시를 추진해온 오하시 가쓰아키(大橋一章)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는 "'쌍둥이 불상'이라 불리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과 교토 고류지(廣隆寺) 목조반가사유상이 함께 전시됐다면 좋았겠지만 고류지 불상은 신라 불상이니 한·일 양국의 대표 반가상을 비교 감상한다는 취지에는 이 두 점이 더 적합하다"고 했다. 6월 12일까지. 전시 후에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으로 옮겨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전시된다. (02)2077-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