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준 사회부 기자

"나라를 위해 죽은 아들의 보상금을 장학 사업에 쓰겠다는 것이 욕먹을 일입니까?"

서울의 한 사립대 이모(57) 교수는 최근 아들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만들려다 눈물을 삼켰다. 이 교수의 큰아들은 지난 2013년 육군 사병으로 복무하다 급성 질환으로 사망했다. 이 교수는 유족 보상금으로 나온 1억원에 사재(私財)를 보태 아들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액수도 적은데 그냥 기부하면 되지, 왜 굳이 장학재단을 만들려고 하느냐"고 이씨를 타박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장학재단을 통해서라도 먼저 간 아들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려는 게 죄가 되느냐"고 물었다.

지난 50여 일간 '40년 규제에 발목 잡힌 공익법인' 시리즈를 취재하며 많은 통화를 했다. 절반은 이 교수처럼 좋은 일을 하려다 '대못 규제'에 발목을 잡힌 이들이었다. 이들은 "굳이 선행을 알리고 싶지 않다"며 취재에 잘 응하지 않았고, 주무 관청의 눈치를 보며 "실명(實名) 보도는 피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자신의 사연이 소개되고 나면 "속 시원하다"며 "시리즈를 계속 연재해달라"고 했다.

다른 절반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측이었다. 이들은 먼저 전화를 걸어선 "대체 언제까지 쓸 겁니까"라고 묻기 일쑤였다. "그만하면 되지 않았냐"고도 했다. 공무원들은 "위에서 계속 개선안을 내놓으라고 해서 피곤하다"고 했고, 대기업 측은 "규제가 우리 때문에 강화됐다는 사실이 강조되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간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완화시키는 법안은 발의됐다 폐기되길 반복했다. '색안경'을 끼고 공익법인을 바라보게 만든 1차 책임은 대기업에 있고, 현실을 알면서도 40년 묵은 규제를 방치했던 정부에 2차 책임이 있다. 낡은 규제로 공익법인을 옭아매는 건 정부가 제 발등 찍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복지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겁니다. 그럼 국민 반대를 무릅쓰며 세금을 더 걷는 게 쉬울까요. 아니면 규제를 풀어 민간 기부를 활성화시키는 게 쉬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