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보〉(77~89)=이영구는 2001년 14세 때 입단 후 8번이나 결승에 올랐으나 우승한 대회는 2011년 제7기 물가정보배가 유일했다. 앞서 입스(yips) 이야기도 했지만 이영구는 큰 승부 앞에선 '새가슴'이 되는 경우가 확실히 많은 것 같다. 일부에선 모질지 못하고 우선 남부터 배려하는 그의 성격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그렇지 않고선 이영구의 뛰어난 수읽기와 전투력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
백이 끊어간 △는 유혹적 호점이지만 빗나갔다. 지금은 77이 워낙 요충이기 때문. 선수로 밀어놓고 79로 마늘모한 수가 또한 얄밉다. "상변을 지킬래, 참고도 A를 당해 우상귀 백의 목숨을 패싸움에 의지할래?" 하고 묻는 수다. 이때 놓인 백 80이 셰커의 기재를 보여주는 수. 흑이 만약 참고도 1, 3으로 둔다면 흑 A 후 2번을 연속 따내야 하는 2단패가 된다.
이영구는 그러나 망설이지 않고 83으로 파호(破戶)한다. 좌상귀 백이 살 경우 집으로 손해이긴 하지만 단패(單覇)를 2단패로 만들어줄 수는 없다는 선언이다. 셰커는 86으로 따낸 뒤 "패를 들어올 테면 들어와 보라"는 자세. 그러자 흑은 87을 선수한 뒤 즉시 89로 패를 결행했다. 이 뱃심 대결의 승자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