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한수산 지음|창비|전 2권|각권 1만4000원

일제강점기 일본 하시마(瑞島)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고난을 생생하게 재현한 장편소설이다. 군수 기업 미쓰비시(三菱)가 운영한 탄광이 있던 하시마는 모양이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로 불렸다. 광부들은 해저 갱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옥문'이라고 불렀다.

소설가 한수산은 1988년 일본 체류 중 하시마에 강제 징용되고 나가사키에서 피폭된 조선인들의 비극을 다룬 소설을 구상해 취재하고 자료를 수집한 끝에 2003년 소설 '까마귀'를 펴낸 적이 있다. 그는 이 소설을 전면 수정해 200자 원고지 3500장 분량으로 이번에 '군함도'를 완성했다. '해저 탄광 하시마로 끌려온 조선인 징용공들은 섬에 들어온 순간부터 강제 수용과 다름없는 절대 고립에 갇히게 되었다. 섬을 감싸고 흐르는 동중국해의 급류가 배를 전복시킬 만큼 거세서 이 섬으로의 접근뿐 아니라 섬으로부터의 탈출 또한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조선인들의 고통을 철처하게 사실에 입각해 조명했고, 격정적 언어로 형상화했다. '700미터 아래 바다 밑으로 떨어져 내려가는 케이지, 그것은 절망의 쇠통이었고,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할 진흙의 늪으로 자신을 떨어뜨려가는 절망의 두레박이다. 새카만 벽에 띄엄띄엄 붙어 있는 알 전등은 그 절망의 굴에 서식하는 절망의 박쥐 같았다.'

작가는 "이 소설은 수면 위로 보이는 '얼음 덩어리'일 뿐"이라며 "독자 여러분이 저 어두운 바닷속 그 수면 아래 잠겨 있는 죄악과 진실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마주하는 '순간'이 되어준다면 '군함도'의 작가로서 저는 제 몫을 다하는 것이라 믿습니다"고 밝혔다.